대학시절 집 근처 입시학원에서 강사로서 처음 발을 들인 뒤로 나는 늘 어딘가에 지원을 하고 선택을 기다리던 강사였다. 그런 내가 이제는 선생님을 고용하다니! 뭔가 뿌듯했다. 입장이 바뀌었으니, 면접 준비와 관련된 정보를 구하기 위해 학원 관리 노하우 공유 카페에 가입했다. <강사 선발>이라는 검색어로 게시글 몇 개를 선택해 읽으며 첫 면접 준비를 했다.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지원 동기는 무엇인가요?" 같은 기본적인 질문부터, 몇 가지 면접 질문 리스트 그리고 시급과 근무시간에 대해 조정하게 되면(초보일 때와 경력자 일 때 조정의 범위는 달라지기에) 제시할 기준을 알고 싶어서 몇 가지 사례도 수집했다. 근로계약서 양식도 새로 만들어 출력해 놓고, 학원 프로그램 안내서와 지도 매뉴얼, 그리고 근무 시 주의할 점등도 미리 정리해 놓았다. 꼼꼼하게 체크했다. 초짜 원장이라는 것이 최대한 티 나지 않도록!
이메일로 도착한 지원 서류를 통과한 첫 지원자는, 해외에서 학교를 마치고 갓 귀국한 어리고 예쁜(아이들에겐 중요한 부분) 선생님이었다. 서류상 이력을 보니 나름 공부 좀 한다는 한국 중, 고를 나와서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다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분이었다. 추측건대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 지원한 것 같았다. 학부모들께 새 선생님으로 소개하기엔 스펙이 ‘빵빵’해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오랜 근무가 가능할까 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학원 바로 옆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어서 출퇴근이 어려울 염려도 없다고 판단했다. 파트타임이지만 최소한 1년 근무를 하기로 약속했고, 준비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세요 선생님. 업무내용은 설명드린 바와 같고, 프로그램 지도 매뉴얼을 숙지해 주세요. 학생별 특징은 아이들 이름과 얼굴이 매치되어야 하니, 우선 그 부분에 신경 써 주시고요. 미리 학생들의 학습과정을 체험해 오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네, 원장님.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그 주말, 혼자 근무하던 공간에 새사람을 들이기 위해 새 책상과 의자를 준비하고 선생님이 사용할 필기구와 비품을 주문하였다. 새로운 선생님의 근무 시작을 학부모들께 공지하였고, 아이들에게도 알렸다. 새로운 식구인 선생님은 맘에 쏙 들게 일을 빠르게 배워 나갔고, 아이들과도 금세 친해졌다. 급여를 올려주고 오래오래 붙잡고 싶은 만큼. 무엇보다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이 바쁘던 나의 일과에 잠시 커피 한 잔 마시며 쉼표라도 찍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 짧은 시간이 나로선 천국이었다. ‘아. 이 맛에 직원을 두는 거구나...'라는 행복감도 잠시. 근무한 지 서너 달 때쯤 되는 어느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