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나의 상담은 실패였음을 알았다. 우연히 듣게 된 소식으로 그 어머니는 조금 더 규모가 큰 학원(어학원)에 아이를 등록시켰단다. 그런 소식은 몰라도 되는데, 동네가 좁으니 돌아 돌아 누구 엄마가 어느 학원을 다녀 갔다는 소식이 내 귀에까지 들어온다. 어학원은 선생님 숫자가 많으며 원어민 교사가 있는 말하기 중심 학원이다.
참~ 이상하다. 나는 분명 최선을 다한 상담이었고 어머니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는데, 등록까지 이어지지 않은 이유가 뭘까? (잠시 중단-독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천천히 복기해 보았다. 미등록의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본인의 아이가 소화하기엔 프로그램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거나, 규모가 작은 학원보다는 큰 학원(어학원)에 신뢰감을 느껴서? 그제야 선생님 숫자와 원어민 교사에 대한 질문에서 말끝을 흐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 스스로 후자의 결론에 도달하니 조금 씁쓸하다. '내가 얼마나 꼼꼼히 잘 가르치는데...' 진심을 몰라주는 부모님에게 섭섭한 마음이 든다.
'정말 선생님을 뽑아야 할 때가 된 건가?‘
내가 몸이 힘들어도 일인 원장 시스템을 고수했던 건, 수용 가능한 인원이 한정적이지만 순수익으로만 따지면 최고이기 때문이다. 학생들로부터 받은 수강료의 총합에서 임대료와 프로그램 사용료, 보험료 등 기타 유지 관리비 등을 제외하면 모두 나의 순이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강사 한 분을 고용한다는 건 그런 나의 순이익에서 급여만큼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뜻이 되는 거다. 그러니 반대로 나의 수익은 줄어든다는 단순한 계산에 도달하게 된다.
또 하나, 나는 무엇보다 모든 일을 내가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누군가에게 나의 일을 나눠준 다는 것은 전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나에게 몸에 익은 일을 타인에게 설명하는 건 생각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래서 두려움과 귀찮은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몸이 힘든 건 참아도 '사람'으로 인해 힘든 건 감당하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나는 더 움츠러들었고, 지금의 상태를 고수하며 적당히 현재를 유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몇 명인가요?'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자꾸 귀에 맴돌았고, 그즈음 비슷한 경우가 반복되니 현상유지와 규모의 확장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난생처음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에 사업자 등록증을 내고 기업회원으로 가입을 했다. '조그만 학원이 무슨 기업이라고...^^;;' 웃음이 피식 났지만, 그렇다고 개인이 구인광고를 내는 것도 아니니 틀린 말도 아니다. 그렇게 나는 '영어독서 학원 강사 구함'이라는 첫 광고를 올렸다. 다른 영어학원의 구인광고를 참고해서 세부 조건을 기록해 나갔다.
<영어 전공자 우대, 경력자 우대, 초보자 가능, 휴학생 가능, 수습기간 있음. 시급 11,000원( 2014년 당시 최저 임금은 5~6천 원대였다), (출퇴근이 편해야 오래 다닐 테니) 인근 거주자 환영. > 떨리는 손으로 광고 게시를 눌렀다. 제발 좋은 분이 지원하기를 기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