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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다움 Nov 22. 2021

미등록 학부모가 내게 남긴 것 1

강사 20년차, 생계형 학원장 10년 차,

그리고 어쩌다 작가 2년 차.


지난 글


https://brunch.co.kr/@sh7749/36

2.미등록 학부모가내게 남긴 것


"혹시 선생님은 몇 분이나 계신가요? 원어민 선생님은 계신가요?"
"아, 저 혼자 책임지고 지도합니다."
"아...네..."
"요 앞 하늘초등학교 전교권인 아이도 이 학원을 다녀요. 그리고 어머니, 바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는 3년 전 첫 파닉스부터 저와 시작해서 최근에 뉴베리 수상작을 읽기 시작했구요."
”어머, 윤수(가명)와 민정이도 여기를 다니나요?“
”네 어머니. 잘 아시네요. 그 친구들이야 워낙 학교에서도 영어 잘하기로 소문난 친구들이죠. 그리고 그 친구가 어제 받은 렉사일 점수가 690점이에요. 보통 중학생 교과서 수준이 700전후 거든요. 참고로 수능은 1200정도고요. 민정 친구는 이미 중등 수준을 하고 있는거죠. 아이들은 매일 60분씩, 하루에 무조건 한 권의 책을 읽어요. 그럼 한달이면 평균 20권을 읽게 되겠죠?“
”아...20권이요? 그러네요... 일주일에 5번이니까...“
”네 어머니, 그럼 일년이면 적어도 200권 넘는 영어독서를 하게 되는거죠.“
”그럼.... 선생님 말씀 대로라면 우리 아이도 3년 정도를 꾸준히 읽으면
 저 수준이 된다는 말씀이신거죠?
오...그렇군요....“     



처음, 상담을 오신 초등생 자녀를 둔 어머니가 혼자 책임지도 한다는 말에 말끝을 흐리는 게 느껴지자, 일인 원장이자 강사인 나는 괜한 자격지심에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학원의 장점을 더욱 열심히 어필했다. 한번 들으면 알만한, 이곳에서 학습을 해온 같은 학년의 재원생(=공부 좀 한다는 평을 받는) 아이의 이름도 언급하며 나름 믿을만한 근거를 제시하였다. 정확히 읽은 책의 권수가 표시된 피드백 리포트도 보여주면서 틈틈히 학부모님의 반응을 살폈다. 역시나 나의 예상대로 상담오신 어머니는 연신 놀라는 표정이시다. 긴가민가한 표정이 신뢰와 확신으로 바뀌는 게 보였다.      


참고로 렉사일 지수는 개인의 영어독서 능력과 수준에 맞는 도서를 골라 읽을 수 있도록 미국 교육 연구 기관에서 개발한 독서능력 평가지수다. 교육정보에 밝은 어머니들은 상담 시 이것에 대한 언급 정도는 해주어야 안심들을 하신다.       


그렇게 창과 방패 같던 상담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고, 저만 따라오시면 된다고 나름 카리스마 있게 마무리를 하였다. 고개를 끄덕이시는 학부모님을 보니 만족하시는 것 같았다. 나도 만족스럽다. '아...이렇게 신규생 유치에 성공하는구나!' 학원 운영 2년 차 어느 날, 그렇게 한 건의 상담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그 어머니는 "아이와 의논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이라는 말을 남긴 채 집으로 돌아갔다.     


https://brunch.co.kr/@sh77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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