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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다움 Feb 02. 2022

쓰디쓴 과태료의 추억 2  

인생 공부를 시켜준 그때의 민원인에게

강사 20년 차, 생계형 학원장 10년 차,

그리고 어쩌다 작가 2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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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쓰디쓴 과태료의 추억 2 

– 그때의 민원인에게     


규정을 어긴 대가는 정말 혹독했다. 

정말 매일 울고만 싶었다.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과거의 나를 원망해도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었다.     


확장 공사를 마친 지 채 한 달이 안된 시점이었지만, 결국 재확장 공사를 결심했다. 당연히 추가로 자금이 필요했고 확장할 공간도 필요했다. 이 두 가지가 충족이 안되면 확장은 불가능했다. 마침 옆이 1인 사무실인 걸 알고는 고민 끝에 사정을 솔직히 말씀드리며 이전을 부탁드렸다.     


그전에 부동산을 통해 미리 근처에서 가장 비슷한 조건의 사무실을 찾아 놓았다. 현재 이곳의 임대료보다 비싸서 추가로 비용이 들어가야만 했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추가 임대료 1년 치를 선지원 해주기로 약속했다. 사무실 이사라는 번거로움을 감내해 주셨으니 필요한 이전 비용 및 모든 제반 비용 또한 내가 부담하기로 했다. 그렇게 추가 공간 확보가 가능했다.     


이후 약 두 달여의 기간은 매일이 고행이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학원에 매달리며 혼자서 모든 수업을 진행해야만 했다. 확장을 했음에도 대기 중인 인원을 수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속상했다. 재 확장과 뒤처리에 가진 돈을 모두 써야만 했기에 그날 이후 약 두 달간 수입은 사실상 마이너스였다.   인생공부 비용이라고 하기엔 좀 비쌌다. 최종적으로 학원 설립증을 발급받던 날, 그리고 정식으로 선생님을 다시 채용하던 날 나는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깊이 깨달은 게 몇 가지 있다.

1. 행정적 공지를 절대 대충 보지 말고 꼼꼼히 확인할 것

- 고의는 아니었지만, 원칙과 규정을 어긴 대가로는 너무 감당하기 힘들었기에

같은 실수를 다시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2. 바빠도 일의 순서를 절대 바꾸지 말 것

-우선순위를 지키지 않아서 많은 일들이 꼬이게 됨을 직접 경험했으니 말이다.     

3. 근처에 친한 부동산 사장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

-사실 이 곤란함은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었다. 고민 끝에 평소 거래하던 부동산 사장님께 솔직히 사정을 털어놓고 모든 과정에서 도움을 요청했다. 덕분에 옆 사무실 이전 등 신속한 수습이 가능했다.    4.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고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 확장으로 신나 있던 내게 찬물을 끼얹은, 누군지 모를 민원인. 결과적으로 그분 덕분에 나는 ’ 강제 성장‘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나도 몰랐던 나의 강점을 발견했고, 나에 대한 믿음도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5.’그럼에도 불구하고 ‘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

-흔쾌히 사무실을 옮겨준 옆 사무실 사장님, 나보다 더 속상해하며 일을 도와준 부동산 사장님, 분명 무슨 사정이 있어 보이지만, 떠나지 않고 믿고 기다려준 당시의 학부모님들, 그리고 뭐든 도와주려 애쓴 친구와 가족들이 있기에 오늘도 버틸 수 있었다.          


인생 공부를 시켜준, 그때의 민원인.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글을 쓰며 그분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이런 강제 성장을 기회를 가지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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