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3살이다.
험난한 문제없이 잘 살아왔다고 자부했건만, 숨 쉬는 매 순간이 나에 대한 생각들로 괴롭기만 하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다들 한 번쯤 온다는 사춘기 없이 콩나물 크듯 잘 자랐다. 부모님은 어떻게 말씀하실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평가를 내려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모난 구석 없이 적당히 공부도 잘하는 편에, 입시 미술을 할 때도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제일 촉망받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남들보다 빛나지 못하는 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저렇게 반짝이는 사람들 틈에 내가 어떤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또 반대로 남들보다 나은 나를 보며 안도하기도 했다. 이것저것 온갖 기준을 갖다 대며 사람들을 평가하곤 했다. 난 쟤들 보단 낫지 다독이곤 했다.
솔직할 수 없는 타인들에 대한 생각들로 참 힘들었던 2017년이었다.
남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단절시켜버리기로 생각한 다음부터는, 나를 쪼개 분석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는 뭘까? 난 뭘 잘할까? 난 어떤 사람일까?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나는 어떤 사람과 사랑을 나눌까? 내가 하는 사랑은 뭘까? 대부분은 나를 중심으로 하는 분석, 연애나 사랑, 관계, 세상을 아우르는 어떤 것에 대한 생각도 포함되어있었다.
섣불리 단언할 수 없는 주제들이 주로 구성되어있는 생각들이지만, 그것들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해소의 수단으로 토해내고 싶은 순간이 있다.
머릿속에 있는 뭔갈 뱉어내고 싶은 순간들이 다들 있지 않는가? 시각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수단을 통해서 쏟아내는 게 쉽겠지만, 나는 애석하게도 예술가는 아니기에
가장 일반적인 수단인 글을 쓰고 싶었다. 유려하지 않은 솜씨지만, 그래도 이게 제일 편한 방법이다.
요새 가장 큰 고민은 역시나 앞으로의 방향이다.
이제 4학년이고 곧 졸업을 앞뒀지만, 가진 것이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남들은 뭔가를 준비한다는데 나는 도무지 무기력에 잠식당해 뭘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다들 그렇다고 말하지만 나에게 그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질 않는다.
뭔가에 미친 듯이 쫓기고 있는데 어느 방향으로 달려야 할지 모르겠는 기분으로 매일을 살아간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여전히 결론은 안 나고 머리만 지끈거린다. 그만 생각해야겠다.
내가 아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주절주절 주제 없이 맴돌기만 하는 게 딱 지금 내 인생이다.
나는 조금 늦게 찾아온 사춘기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로 마음이 복작복작 시끄럽지만, 일단 뭐든 시작이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