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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키와 Mar 04. 2020

살아 있는 듯이 움직이기

엄홍식을 좋아해



나는 배우 유아인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과거부터 줄곧 좋아했다고 말하면 그건 거짓이다.


몇 년 전,  친구와 함께 유아인이 한 시상식에서 했던 수상소감을 봤었다. 유아인은 한국인처럼 굴지 않았다. 뭔가에 씐 눈으로 연극적인 제스처로 뭐라고 뭐라고 말하던 게 나와 그 친구 눈에는 웃겼나 보다. 그가 하는 말의 내용보다 그를 조롱하던 댓글들과, 그가 웃기다고 킥킥 웃어대던 우리의 모습만이 기억난다.


그 당시에는 그가 거짓처럼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아직 연기하던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은 그의 실제 모습이 아닐 거라고 단정 지었다. 그 후로도 그는 온라인 세상에서 어떤 사람들에게 공격당하곤 했다. 그렇지만 유아인은 보고만 있는다거나 그냥 넘기지 않고 자신을 공격하는 이가 했던 방식으로 덤덤하게 생각을 전달했다. 그 모습은 또다시 ‘유아인 댓글 논란’ 따위의 검색어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계속해서 그를 공격하는 이들은 존재했지만 그는 마치 그들을 왱왱대는 파리들을 쫓아내듯 자기의 할 일을 했다.

예술에 대한 신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튜디오를 만들었고, 지속적으로 연기 활동도 한다.



굳건하게 주어진 일을 하는 유아인의 활동은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나한테 가장 깊은 인상를 남긴 활동은 바로 이 영상이다.


그의 솔직하고자 하는 이 참회의 글이,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눈을 대변하는 듯하다.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사는지 들려주고 싶어 하는 것처럼 또렷한 눈으로 관객들을 바라보고, 또 투명해지고자 한다.


예술에 대한 기존의 질서에 반항하려는 그의 움직임을 좋아한다. 사회가 강요하는 흐름을 거스르고자 하는 반항심을 좋아한다. 솔직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하는 자세를 좋아한다.

그는 스스로 대단한 선지자나 깨어있는 인물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맞다. 그는 대단한 인물은 아니다. 그렇지만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찾고 있고  또 노력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는 아직 완전히 솔직하지 않지만 계속해서 솔직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그의 움직임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낀다.

죽어있는 것들 사이에서 살고자 발버둥 치는 것처럼 느낀다. 수산 시장의 생선들처럼 곧 죽을 운명이지만 또 그걸 알지만, 그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해 펄떡대는 활어처럼 느껴진다.


유아인은 아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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