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들
잃어버린 것들만을 사랑한다 바다가 있는 줄 알고 달려간 곳에는 밀밭이 울고 있었다 삐걱대는 소리가 서러워 손이 느려지는 약을 먹었다 그래도 시야는 온전하네, 그제는 이름밖에 모르던 친구가 죽었다 친구라기엔 걔는 나를 몰랐는데 나는 걔의 이름도 누구를 닮았는지도 누구를 제일 사랑하는지도 다 알았다 생김새보다도 중요한 건 이름을 안다는 거잖아, 마음을 알았다는 거잖아.
삶이 외출한 곳에는 언제나 죽음이 드러눕곤 했는데 네게는 온종일 죽음이 집이었나 생각한다 그게 네 주인이었나? 손목을 묶고 자야 한다던 그 애 앞에선 손목이나 그어대던 내가 너무 장난 같아 초라했다 진심이란 뭐고 농담은 또 뭐고 사랑은 또 무엇이고, 사람이란 대체 뭐길래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걸까
저는 부족한 게 전부라서 더는 쓸 게 없어요. 물은 마셔야지 물일 텐데 눈물은 흘러야만 눈물인가요 참아내서 눈물이 되나요. 좀처럼 흘려보내기는 싫었습니다 그러면 정말로 떠나갈 것 같았거든요.
잃어버린 것들만을 사랑한다,
내가 언제나 그랬듯이 모두들 그런 걸까. 그럼 나를 잃어버리면 나도 나를 사랑해줄까. 누구라도 잠시나마 그래 줄까.
나는 여전히 나라서 없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