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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요한 연 Apr 20. 2021

사랑했던 사람과의 마지막 통화- 후일담

외전



추억할 사진이 곧잘 없다

  

  그 애와 마지막 통화를 나누던 당시에는, 나는 어차피 곧 세상을 떠날 거라 판단해서 별다른 미련이 없었다. 그래서 나답지 않게 쿨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감정의 수명이 다 한 것도 맞았다. 이제 더는 그 애를 애정 하지 않는다. 그런지도 오래되었다.

  하지만 예정과 달리 이렇게나 살아있다 보니, 어이없게도 자잘한 미련이 송골 댈 때가 있다. 그래도 한 번은 만나줄 수 있냐고 말이라도 꺼내볼 걸, 아주 가끔씩만 연락해도 되는지 물어볼 걸, 드문드문 후회한다. 이제야 겨우 그럴듯한 마무리를 한 것 같은데, 또다시 덧붙인다면 예전처럼 추하고 구질해질까 봐 더는 할 수가 없어서, 차라리 그때 남김없이 털어놓았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나는 사실 네가 요새는 어떻게 생겼을지가 궁금해. 너를 보게 된다면 내 감정이 그때와는 얼마나 다를지도 알고 싶고. 그때 너를 보는 내 감정은 온종일 진짜 뭐랄까, 막 잡은 고등어처럼 팔딱팔딱 뛰었거든. 쉴 새 없이 몸부림을 쳐대니까 나도 나를 주체할 수가 없어서, 사방에 물방울을 튀겼던 거 같아 미안해. 미성년의 사랑은 다 그런 건가. 그래도 이제는 그때보단 어른이니까, 많이 침착하고 점잖아지지 않았나 싶어. 앞으로 누구를 사랑하게 된다 해도 말이야. 이런데 막상 네 앞에 서면 똑같이 되돌아가면 어쩌지? 그렇지만 내가 그걸 알 수 있게 되는 날은 어차피 오지 않겠지. 너를 다시는 볼 수 없을 테니까.          


   이상한 일이다. 이제 더는  애를 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좋아하는 것마저 아닌데,   없다는  현실이 슬프다. 나는 여전히  애가 부르면 기꺼이 달려갈  있을  같다. 내가 어디에 있든 걔가 어디에 살든. 나는 지금은 우도 밖으로 나가면 죽는 병에라도 걸렸는지 절대로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데,  애가 만나겠다고 말해준다면  타고 비행기 타고 버스 타고, 얼마가 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곳으로 날아갈  같다.  애가 사는 곳으로 가고 싶다.  번이라도 괜찮으니까 마주하고 싶다. 사실 나는 새벽마다  애를 처음처럼 사랑하게 된다. 아침이 오면 언제 살았냐는 듯이 말라가는 감정이라 하더라도. 소실과 소생을 끊임없이 돌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하필 새벽이라서, 사랑하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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