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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요한 연 Apr 21. 2021

나는 광어회와 결혼하고 방어회와 바람났다.

회에 대한 사랑의 단상


갑자기 이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 하면, 광어회를 씹다가 불현듯 쓰고 싶어 져서 쓰는 글이다. 이른바 회에 대한 내 사랑의 역사랄까. (물론 현재 진행형이다.)


영롱하다.

나에게 다홍색 연어회란, 역사의 시작점이자 이따금씩 반드시 그리워져 다시금 찾게 되는 수줍은 첫사랑이다. 두툼한 연어초밥에 마요네즈 색 양파소스를(그러나 양파는 안 먹는다.) 듬뿍 찍어먹으면 어찌나 살살 녹는지.... 단, 훈제연어는 변절자이자 사랑의 배신이다. 줘도 안 먹는다.


그렇다면 투명한 광어회는, 은은하고 편안하게 가장 오래 내 곁을 지켜줄 배우자다. 너무 익숙한 존재라서 별다른 감흥은 없지만, 익숙한 만큼 쉽게 찾게 된다. 늘 거기 있어줄 것 같고. 정이 들어버렸달까. 내 든든한 미각의 가족. 그러나 사진을 첨부해줄 정성마저 없다.


다시 설레고 싶다.

진홍색 육회란 썸타는 남사친이다. 마냥 유쾌하고 친근한 듯하면서도, 약속할 때마다 들뜨고 설렌다. 그러니 썸붕  일은 평생토록 없겠다.


얼짱.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방어회 그리고 고등어회는, (고등어회는 썸네일로 대체한다. 딱새우 회는 보너스.) 가장 열렬하며 애틋한 내 사랑의 절정이다. 귀한 만큼 각별하다. 방어회는 겨울이 아니면 만날 수가 없고, 고등어회는 심지어 제주도까지 와야 한다. (서울에도 있기야 하지만 몸값이 너무 비싸고, 안 먹어봤지만 비릴 것 같다.) 우도에도 없다. 우도의 유일한 흠이다. 서울에도 팔기야 파는 고등어회가 정작 우도에는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아무튼 그래서 나는 연어회를 가슴 한편에 품은 채 광어회랑 혼인했고, 친구로 위장한 육회와 썸 타는 와중에 때때로 방어회나 고등어회와 절절한 사랑의 도피를 한다.

  이게 뭔 헛소리냐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바람피운 지가 오래돼서 쓰는 글이다. 그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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