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모래사장 상단부에 위치한 카페테라스에 앉아서 밤바다를 바라보며 캔맥주를 마셔야겠다, 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러고 싶어 져서 그리 했다.
나는 소맥에는 주종을 가리지 않지만, 맥주만 단독으로 마실 때는 늘 써머스비 아니면 칭따오를 마시는데, 이번엔 그간 한 번도 겪지 않은 것을 마셔보고 싶어서 편의점에서 거의 30분을 고민했다. 새로운 도전에는 이토록 많은 시간과 용기가 따른다. 고작 새 맥주에 도전하는 일인데도.... 나 같은 찌질이에게는 그렇다. 다행히 블랑은 꽤 내 입맛에 맞았다. 얘도 내 장바구니에 넣어줘야겠다.
저 샛노란 과자는 무려 내가 3주 전부터 냄비에 따로 담아서 찔끔찔끔 먹어온 것이고, 주홍색 과자와 보호색 젤리는 그래도 어젠가 엊그저께 담아놓은 나름 신상이다. 드디어 다 처리할 수 있을 듯.
이 곳에 온 지 어느덧 3주가 지났고 오늘부로 4주째다. 시간이 더딘 거 같기도 하고 빠른 거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방금 나는 과자를 집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젤리가 잡혀서 그냥 그걸 먹었다. 기대한 매콤함은 아니고 콜라맛이지만 이건 이거대로 맛있다. 갑자기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였나, 유명한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 상자를 열어보기 전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고, 먹어보기 전에는 초콜릿이 무슨 맛인지 모른다고. 대충 뭐든 살아보고 겪어봐야 알 수 있다, 때로는 씁쓸하지만 때로는 달콤한 게 인생이다. 그런 뜻이겠거니 싶다. 항상 달달하고 굳이 열거나 맛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인생은 어디 없나.... 나는 핸드폰으로 포켓볼 게임을 치다가도 이게 인생 같다고 잠시 생각했다. 이 공은 반드시 들어가겠다, 하고 쳤는데 어이없게 빗나가거나 진짜로 들어가고. 겨냥한 노란 공 대신 뜬금없는 파란 공이 들어가고. 남의 스트라이프 공을 내가 넣어주거나 남이 내 솔리드 공을 넣어주고. 이건 안 되겠다 싶었는데 진짜로 안 되거나, 의외로 쑥 들어가고. 결국 큐대로 공을 쳐봐야만 알 수 있고.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닌데, 가끔은 끝나기 전에도 끝난 것 같고. 사실 초콜릿 상자든 포켓볼이든, 뭐든 끼워 맞춘다면 얼마든지 인생에 비유할 수 있다. 모든 게 인생 같다.
오늘은 저녁으로 해달섬에 가서 회 비빔국수를 먹었는데, 되게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참기름을 대체 몇 숟가락이나 들이부으신 건지 참기름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양도 무척 많아서 3분의 2 가량 먹었을 쯤엔 하마터면 숨 넘어갈 뻔했다. 배불러.... 그치만 넘 맛있어서 못 참고 다 먹게 되는 맛. 너무 극찬했나?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해서 그렇다.
그 전엔 뷰가 좋은 카페에 가서 늘 마시던 아이스초코 라테를 시키고, 약 2-3시간 정도 글을 썼다. 창을 활짝 열어놓으셔서 좀 추웠지만 참다보니 무던해졌다. 마감시간까지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하필 내 자리가 엄청난 뙤약볕이라...(자리를 옮기기엔 콘센트가 여기뿐이라. 내 노트북은 노쇠해서 충전기를 꽂은 채 사용하지 않으면 10분도 안돼서 방전된다.) 더 있다가는 안구가 다 익을듯하여 결국 못 버티고 뛰쳐나왔다. 역시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건 바람이 아닌 햇볕이다.
이전의 점심으로는 길가다가 새롭게 찾은 김치찌개 집에 가서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음식은 안 찍고 메뉴판만 찍어놔서 이거라도 올린다. 여긴 지도에도 안 뜬다. 맛은 그냥 그렇다. 이대로 지도에 안 떠도 될듯하다. 나중에 꽈배기나 사 먹어야지.(여기서 파는 도넛이란 던킨이나 크리스피 같은 도넛이 아니고.... 구멍 없이 꽉 막힌 가짜도넛이다.)
의도치 않은 역행 일기 끝. 이건 오늘 찍은 건 아니지만, 저런 촌스러운 메뉴판 사진으로 마무리하고 싶진 않아서 부랴부랴 첨부한다.
여담으로, 몰랐는데 우도에도 대학교가 있었다. 캠퍼스가 참 아기자기 모형 같고 예쁜 듯. 커트라인이 높진 않을듯하니 다들 입학 고려해봤으면 좋겠다. 나도 편입을 알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