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에 대한 사랑의 단상
갑자기 이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 하면, 광어회를 씹다가 불현듯 쓰고 싶어 져서 쓰는 글이다. 이른바 회에 대한 내 사랑의 역사랄까. (물론 현재 진행형이다.)
나에게 다홍색 연어회란, 역사의 시작점이자 이따금씩 반드시 그리워져 다시금 찾게 되는 수줍은 첫사랑이다. 두툼한 연어초밥에 마요네즈 색 양파소스를(그러나 양파는 안 먹는다.) 듬뿍 찍어먹으면 어찌나 살살 녹는지.... 단, 훈제연어는 변절자이자 사랑의 배신이다. 줘도 안 먹는다.
그렇다면 투명한 광어회는, 은은하고 편안하게 가장 오래 내 곁을 지켜줄 배우자다. 너무 익숙한 존재라서 별다른 감흥은 없지만, 익숙한 만큼 쉽게 찾게 된다. 늘 거기 있어줄 것 같고. 정이 들어버렸달까. 내 든든한 미각의 가족. 그러나 사진을 첨부해줄 정성마저 없다.
진홍색 육회란 썸타는 남사친이다. 마냥 유쾌하고 친근한 듯하면서도, 약속할 때마다 들뜨고 설렌다. 그러니 썸붕 낼 일은 평생토록 없겠다.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방어회 그리고 고등어회는, (고등어회는 썸네일로 대체한다. 딱새우 회는 보너스.) 가장 열렬하며 애틋한 내 사랑의 절정이다. 귀한 만큼 각별하다. 방어회는 겨울이 아니면 만날 수가 없고, 고등어회는 심지어 제주도까지 와야 한다. (서울에도 있기야 하지만 몸값이 너무 비싸고, 안 먹어봤지만 비릴 것 같다.) 우도에도 없다. 우도의 유일한 흠이다. 서울에도 팔기야 파는 고등어회가 정작 우도에는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아무튼 그래서 나는 연어회를 가슴 한편에 품은 채 광어회랑 혼인했고, 친구로 위장한 육회와 썸 타는 와중에 때때로 방어회나 고등어회와 절절한 사랑의 도피를 한다.
이게 뭔 헛소리냐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바람피운 지가 오래돼서 쓰는 글이다. 그 시절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