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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숲 Jun 07. 2022

오늘의 이유

22.06.07 찾아온 날

나와 안톤은 활동가로 일을 하다가 서로를 발견했다. 우리는 사랑에 빠졌고 서로에게 하나 뿐인 재가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함께 일을 하다가, 서로 각기 다른 이유로 직장을 관두게 되었다.


나는 사회 변화에 앞장서는 사람보단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서 사회복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안톤은 가정을 꾸리고 가족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지탱해야한다는 책임감에 다른 직장을 찾았다. 이제 우리는 둘 다 사회운동을 하는 활동가가 아니다. 그러나 언제까지이고 활동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직업이기도 하지만 행동과 삶의 태도이니까.


요새 안톤의 최대 관심사는 '안정적인 삶'이다. 그래서인지 경제 공부도 시작했다. 나는 글을 쓰고, 안톤은 주식 관련 책을 읽는다. 경제적인 성공을 꿈꾸는 남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뛰어든 여자. 우리 부부의 모습이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며 겪는 평범한 내적 갈등이라고 생각된다. 이 갈등은 일평생 계속될지 모른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자본주의를 따르고 개인의 자산과 능력을 키워야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세상에서 도태되는 나 자신과 가족과 이웃들의 고통을 바라보면 마음이 슬퍼진다. 그 고통이 사라지길 바래본다.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 기꺼이 나누고, 행복을 위해 제도적인 보장을 요구하기도 한다.


노숙 생활을 하다가 이제는 자리를 잡아 임대주택에 살고 계신 분과 대화를 나누었다. 몸이 아파서 한동안 일을 못하셨다고 한다. 재개발 바람이 문 앞까지 불어와 낡은 주택에서 벗어나야할 때가 되었지만 보증금 마련이 영 어렵다고 하셨다.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같이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돈이 부족했다. 대출도 어려운 선생님은 어찌어찌 주위에서 돈을 꾸어보겠다고 하셨다. 그게 가능하면 부족한 나머지 금액은 급하게 복지 지원을 신청해보기로 했다. 아직 아무것도 못 했는데, 너무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신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갑자기 마음이 평온하고 기뻤다. 나는 삶에 충분히 고마워 하는가 궁금해졌다. 이유없이 삶이 행복하다면, 오늘 하루의 이유는 충분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갈 이유는 기쁘기 때문이다. 기다리던 버스처럼 조용히 찾아온 행복감에 귀를 기울여본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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