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받기 위해 이토록 온힘을 다해, 온몸을 던져 투쟁하고 있나 보다.
지친 몸을 잠시 어딘가에 누이고 싶다가도 누일 어딘가가 없단 걸 깨달았다. 그럼 놓아버릴까. 놓아버리면 정말 끝 아닌가. 불확실한 이 삶에서 단 하나 확실한 건 '끝'이 있다는 건데, 그 '끝'이 있어서 이 불확실함이 찬란한 것인데, 그 찬란함의 유일한 사유를 내 손으로 포기하는 건 왠지 꺼림칙하다. 억울함도 조금.
나의 약함도, 불완전함도, 서투름도 고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세상은 없을까?
...
이해받지 못함에 상처받는다. 이해하지 못해 상처를 준다. 둘 중 어느 편이 나은가?
이해는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가?
이해하지 못함을 들키지 않고 이해하는 척하는 게 최선일까.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건가.
'나'라는 자아를 버려야 하나,
자아가 없다면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으니 맞니 틀리니 할 것도 없고 태연하고 무심하게 지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표정을 잃은 파아란 얼굴이 떠오른다.
유령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
이런 생각들을 하다 끝에 다다르는 건가.
점점 내가 희미해져 세상과의 경계가 사라져버리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