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워지기, 수용
한글날 저녁, 올해 거의 마지막 연휴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평일의 수고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일이 뭐가 있을까 하다, 아직 찾지 않은 세탁물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세탁소로 향했습니다. 이렇게 작은 일도 미뤄놓으면 큰 일이 되니까요. 대신 한발짝 먼저 해두면 가뿐해지고 미래의 내가 칭찬해주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그러다 내일 출근 사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안돼. 이걸 떠올리면 이제부터 나는 우울해질거야. 여기서 멈추자 싶었습니다.
다음날 출근사실을 떠올리면 기분이 바로 울적해집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직장인의 고질병이기도 한, 직장생활 내내 겪어온 이 괴로운 연결고리를 끊을 수는 없을까 잠시 생각을 해봤습니다.
우선, 내일의 출근이 괴로운 이유를 생각했습니다.
일은 괜찮습니다. 몰두하게 되면 나름 재미도 있고 성취감도 느껴집니다.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도 활력이 됩니다. 문제는 어떤 사람입니다. 도무지 듣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생각들은 대부분 현재의 문화에서 폐기된 낡은 생각들이 많습니다.
일반적인 생각과 동떨어진 그 생각에 대해, 적어도 다른 생각들이 있음을 알려주려 여러번 시도를 해봤지만, 자신의 기준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그 자신만만한 모습만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진 빼지 않고, 다른 이들처럼 입닫고, 귀도 (여는 척) 닫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어보이기도 합니다.
이 점이 몇달째 저를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또 생각해보았습니다.
내가 함께 일하는 상사는 존경할만한 사람이어야 하고, 나는 꼭 좋은 사람들과 좋은 환경에서 완벽히 좋은일만 해야한다는 법이 어디있을까요,
내가 함께 일하는 상사가 엄청난 쓰레기이고, 바닥 수준의 사람들과 쓰레기 같은 일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음에 감사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게 좋은일만 일어나야한다는 생각, 이 생각은 어떻게 생긴걸까요?
우선은, 나를 어렵게 하는 정도가 더 강하지 않음에 안도하고, 감사해보려 합니다.
미워하는 데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고, 나를 괴롭히는 그 사람의 모든 것들을 그냥 하나의 '외부사건’, '일'이라고 생각해보렵니다. 하나의 성능나쁜 로보트와 일하고 있다고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내일 적용을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