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12
이른 새벽부터 단톡방 신호음이 자지러지게 울어 댑니다.
어젯밤 늦게까지 뒤척이다 겨우 잠들어 단꿈 꾸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떠지지 않는 눈 억지로 힘주어 뜨고 머리맡을 손으로 더듬거립니다.
만져지는 게 없어 이번엔 이불속 아무 곳이나 손을 뻗어 허우적 대봅니다.
없습니다.
할 수 없이 침대 위 LED등을 켰습니다.
핸드폰은 방바닥에서 뒹굴고 있었습니다.
열어보니 자작나무님 사망소식이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단톡방에 있는 사람수만큼 올라와 있었습니다.
나무위키를 인용하자면 ‘세상을 떠난 고인이 가시는 길이 복 되길 바라며 영면에 들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가족에게도 인사말로 흔히 사용된다.’
이렇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자작나무님께서 정말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가시기 전 애쓰시던 모습이 너무 생생해 저는 더 이상 잠을 청할 수 없었습니다.
자작나무님은 평소 천식이 심하셔서 아침저녁 하루 두 번씩 ‘네블라이져’로 기관지 확장 술 해드렸습니다.
그러나 가시기 며칠 전부터는 거부하셨습니다.
“아 글쎄 싫다니까 왜 이래 이 쌍년들아” 하시며 결사코 안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또 가래 끓는 소리가 심해져서 ‘썩션’ 해 드리려 해도 거부하시고 약도 거부하셨습니다.
이전에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시고 식사 후 약도 철저히 챙겨 드셨습니다.
밤에 잠이 안 오시면 거실로 나와 하염없이 앉아계시다 들어가시기도 하셨었는데 느닷없이 증세가 악화되면서 그 모든 것을 거부하시고 늘 하시던 행위도 멈추셨습니다.
아마도 자작나무님은 소풍이 끝나가고 있음을 느끼셨나 봅니다.
모든 것 거부하시며 하시는 행위도 확 달라지셔서 우리는 그저 의아해하기만 했었습니다.
이제 가시고 나니 아마도 자작나무님은 느낌적으로 당신의 상황과 가야 할 길을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그렇게 모질게 정 떼려 하셨나 봅니다.
식사 가져가면 상 엎으시고 약 집어던지시고 심한 욕설 퍼부시며 하루 종일 짜증 내셨던 것이었나 봅니다.
자작나무님 그런 모습이 눈에 가득 머물러 있는 걸 보면 들었던 정 결코 쉬 떨쳐버릴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