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11
아침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 몇몇 분이 거실 티비 앞에서 가요 프로 보시며 박수도 치시고 따라 부르기도 하시며 한가로운 시간 보내고 계십니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시간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
아침부터 큰소리로 강원도 민요 한오백년이 불러지고 있습니다.
동상으로 인하여 발목이 잘리어져 엉덩이로 밀고 이동하시는 버드나무님의 목소리입니다.
90세가 넘은 연세에도 목소리만큼은 원내가 들썩 거릴 정도로 쩌렁쩌렁하십니다.
노래 시작 하시면 적어도 3절 이상은 부르셔야 끝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 다른 어르신들이 각자 방으로 들어가십니다...
그토록 악 쓰듯이 부르시던 노래가 끝나니 욕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개 같은 년들 니년들이 나 없으면 뭘 먹고살아? 내 새끼들이 돈 갖다 주니 니들이 처먹고 사는 거 아냐?”
욕설하시는 목소리 또한 노랫소리만큼 크고 힘 있게 하십니다.
뭐가 그리 기분 나쁘고 억울하여 목놓아 울부짖듯 욕을 하시는지 그 속을 우린 알 수 없습니다.
매일 듣는 욕설에 이골이 날 법도 한데 항상 심하다 싶고 적응하기 힘듭니다.
조금 지나니 잠잠해졌습니다.
이때다 싶어 “어르신 목 아프실 텐데 이것 좀 드세요”하며 요구르트를 드렸더니 “내 목이 타는 걸 어떻게 알았어? 고마워요”하시며 받아 드십니다.
참 신기한 것은 버드나무님은 물 많이 드셔야 한다고 수분이 부족하여 신장 결석에 변비까지 심하셔서 자주 물을 권해 드리지만 넘어가지 않는다고 거부하시는데 요구르트는 아주 맛있게 잘 드십니다.
잠시 후 버드나무님 컨디션이 좋아지신 것 같아 “어르신 정말 노래 잘하시네요” 하니
”내가 어렸을 적에 콩쿨대회도 나갔었어요. 갔다 와서 아버님께 엉덩이에서 피가 나도록 맞아 안지도 못했던 적도 있었어요” 하시며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십니다.
“하라는 공부 안 하고 딴따라 쫓아다니며 노래한다고…”
“우리 아버님 어찌나 무섭고 엄하셨는지 몰라요. 서당 훈장님 이셨거든요”
“아버님이 보고 싶어요. 제가 잘못하면 회초리 들고 대문 밖까지 나와 날 기다리셨던 우리 아버님”
버드나무님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90세가 넘어도 부모님은 그리움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