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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 않을 눈

스토리 #6

by 차나처

눈이 하염없이 내립니다.

강둑옆 나뭇가지에도 사뿐사뿐 내려앉습니다.

나뭇가지들은 이미 앙상한 가지만 힘겹게 받쳐 들고 있습니다.

하얀 눈은 힘겨워하는 나무들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 아주 조용조용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기온이 차지 않아 바닥으로 내려앉은 눈 일부는 물이 되어 질척하기도 합니다.



채송화님께 말씀드립니다.

“어르신 창밖에 눈이 하얗게 내려요”

“뭐라고?”

채송화님 귓가 가까이에 더 큰 소리로 “어르신 밖에 눈이 펑펑 와요”

“눈이 와?” “네” 저는 아주 들뜬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아주 예쁜 함박눈이에요 눈송이가 어찌나 탐스러운지 몰라요”


“어르신 혹시 넉가래라고 아세요?”

“넉가래? 그럼 알지”

“이대로 낼 아침까지 오면 빗자루로 못 쓸어 낼 것 같아요, 넉가래로 밀어내고 쓸어야 쓸릴 것 같아요”


“예전 저 어렸을 적에 밤새 눈이 오면 새벽 아버지 넉가래 미는 소리에 잠이 깨곤 했었어요”

“그랬었지 요즘은 아파트 살아서 넉가래 본지 오래됐어”

“지금 그 넉가래로 치워야 할 만큼 눈이 펑펑 와요”

“그렇게 많이 와?” 너무 보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 속으로 ‘보실 수 있게 해 드려야지’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기대했습니다.

밖에 눈이 온 다고 말씀드리면 ‘나도 눈 오는 거 보고 싶어. 보게 해 줘’ 뭐 대충 이런 대답 아니면 ‘눈 보러 밖에 나가고 싶다’ 이렇게 말씀해 주시길…


하루종일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고 계시니 얼마나 갑갑하실까?

그래서 눈 내린다고 하면 보고 싶어 하시겠다는 마음으로 여쭤 봤습니다.

보고 싶다고 하시면 저는 채송화님을 일으켜 침상에 기대어 앉혀 드리고 창문 열어 바깥공기도 살짝 들어오게 하여 바깥공기 마시며 하얗게 내리는 눈 보여 드리려 했습니다.

그러나 채송화님의 대답은…



“오다 보면 녹겠지” 하시며 떨어진 고개 베개 위로 올리십니다.

기대와 전혀 다른 모든 걸 체념한 듯한 말투에 녹지 않을 차디찬 눈덩이가 저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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