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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나처 Dec 23. 2024

자매 이야기

스토리#28

"선생님 나 좀 보세요"

"네 왜요?"

"선생님 ㅇㅇ 아세요?"

"그럼요 잘 알죠"

"그럼 우리 ㅇㅇ네 가게도 가보셨어요?"

"그럼요"

ㅇㅇ은 해당화님 여동생 이름입니다.

"우리 ㅇㅇ 참 착해요 법 없이도 살 애예요"

"아! 네"

해당화님은 오전 내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따라다니시며

"우리 동생 아세요?"를 반복하십니다.


해당화님 여동생은 시장에서 옷가게를 하고 계십니다.

해당화님이 하도 말씀을 많이 하셔서 저도 그 가게에 가서 옷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옷가게 운영하시려면 많이 바쁘실 텐데도 매주 일요일이면 가게 문을 닫고 언니 면회를 오십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주도 빠지지 않고 꼭 오십니다.


요양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정말 신기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해당화님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중증 치매 1급이십니다.

아드님을 봐도"아유 잘 생겼다 누구 만나러 오셨나?"하시고 따님이 와도 "날 보러 왔다고요? 누구신데요?" 하시며 가족들을 다 잊고 계셨습니다.

그 와중에  여동생만은 또렷이 기억하고 계십니다.


해당화님 기억 속에 있는 그 여동생은 매주 일요일이면 요양원에 오셔서 해당화님 모시고 교회 가시고 맛있는 점심 같이 드시고 요양원에 다시 모셔다 드립니다.

그런 동생의 끝없는 정성을 아시는지 해당화님은 동생 오시는 일요일을 정확히 기억하시고 아침에 일어나시면 세수하시고 머리 정갈하게 빗고 예쁜 옷을 골라 입으시고 동생을 기다리십니다.

그 기다리는 시간에 잊지 않으려고 하시는 것 인지 우리들을 따라다니시며 동생을 알고 있냐고 물어보십니다.

해당화님의 잊혀진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여동생 마음은 중증 치매도 이겨낼 아름다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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