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44
오늘은 까치설날, 내일은 우리 민족의 대명절 설날입니다.
요양원안에 부치기 냄새가 진동합니다.
요양원 주방에선 내일 어르신들께 드릴 부치기를 부치고 있습니다.
환풍기를 가장 세게 작동시켜도 기름 냄새는 떠나지 않고 코끝에 딱 붙어있습니다.
점심 먹은 지 3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따끈한 부치기 한 소당 먹고 싶어집니다.
부치기 뿐만 아니라 명절 음식의 꽃 잡채와 설날이니 만둣국까지 모처럼 음식 잔칫상을 준비합니다.
내일 근무가 걱정됩니다.
요양원 측에서 명절이면 명절 음식을 준비하여 어르신들께 드리지만, 보호자분들은 명절 때면 부모님께 드릴 음식을 바리바리 가져오십니다.
매년 명절 때마다 요양원 면회실 문턱이 다 닳아 없어질 만큼 보호자분들이 면회를 오십니다.
"엄마 이것 좀 드세요"
"우리 엄마 잘 드시네요"
"언니, 엄마 잡채 잘 드시는데 더 드려요"
"어머니~ 둘째 동서가 만든 식혜예요 시원하게 드세요"
평소에 들을 수 없었던 보호자분들의 효심 지극한 대화가 오고 갑니다.
그렇게 보호자분들이 가고 저녁이 되면 어르신들의 아우성이 시작됩니다.
기름진 음식을 너무 과하게 드셔서 어르신들 장 속이 소란스러워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하십니다.
장에 탈이 나니 설사와 구토는 자연스럽게 동반됩니다.
요양보호사는 위생 관리하고 간호사는 약 복용 시키고 원장님은 혹여 큰 불상사가 일어날까 대기 근무하십니다.
명절이면 항상 반복되는 일입니다.
면회 오시면 어르신들 식사 몇 시에 얼마만큼 드셨는지 보호자분들께 말씀드립니다.
그럼에도 보호자분들은 어르신께서 잘 드시면 기분 좋게 더 많이 드립니다.
모처럼 해다 드리는 음식이니 그럴 수 있다고 하지요.
허나 어르신께서 탈이 나면 다 요양원 측 탓으로 돌리고 화를 내시면 일하는 우리는 풍선 바람 빠지듯 맥이 빠집니다.
사실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은 치매로 인해 배가 불러도 모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요양원 측에서 미리 어르신 식사량과 시간을 말씀드리지만 보호자분들 입장은 다른가 봅니다.
내일 우리 설날은 지난 명절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