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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DA Apr 11. 2022

미리 외로워지기

아이를 낳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

임신을 확인한 4주 차부터 29주가 된 지금까지 쭉 16시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쉬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다가 백신 패스도 없는 임산부로서 바깥 생활을 못한지도 5개월이나 되어간다는 의미이다. 


이제는 다행히 백신 패스도 사라졌고, 가끔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 만나기도 했지만 왁자지껄한 그 분위기가 너무 그립다.


출산휴가를 쓰고 육아휴직을 하면 더 외로울 거다. 대학을 졸업하는 학기에 감사하게도 바로 취업을 했고, 취업 이후 10년간 열심히 달려왔으니 내 일상에 회사에서의 9시간이 사라진다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


휴가 첫날 조용하고 상쾌한 카페에서의 시간을 기대했으나.. 너무 덥고 시끄럽다 ㅠㅠ


재작년 11월 즈음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들에게서 멀어졌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엔 홀가분하고 산뜻했는데, 지금의 이 외로움이 그때부터 시작이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나간 인연을 붙잡을 수는 없는 것. 그때 나의 결정에 더하여 코로나와 육아로 인해 외로운 시기가 시작된 것이다. 출산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한 번쯤은 외로움을 생각하게 되는 그 시기.


이렇게 사람을 갈구하는 마음이 들 때에 늘 그랬듯 나는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2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약 2개월을 일기를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의미다. 


임신을 하고부터는 퇴근 후에 남편과 맛있는 거 먹고 산책하고 쉬는 게 일상이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출근을 하고 나는 집에 있어야 하는 나의 출산휴가 기간이 찾아오니 외로움이 더욱 진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릴케가 말했듯,

외롭고 우울할 때에는 외부로부터 위안을 얻으려 하지 말고

내면에서 안도와 풍요로움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출산휴가 첫날인 오늘부터 꾸준히 글을 써보려고 한다. 집에서 누워있는 것보다는 나와서 햇살도 쐬고 산책도 하고 글도 쓰면 좋잖아?? 그런데.. 오늘 카페는 선택 실패다. 


차가 없으면 갈 수 없는 외진 곳의 3층짜리 단독 건물 카페에 굳이 찾아왔건만.. 두 시간째 목소리를 낮추지 않으시는 옆 옆 테이블의 여사님 네 분...ㅠㅠ 나물을 고추장으로 무치든 된장으로 무치든 목소리를 조금 낮춰주시면 안 될까요ㅠㅠ 


그렇지만 여사님들도 가족들 뒷바라지를 잠시 쉬는 지금 이 시간이 제일 행복하시겠죠?라고 생각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나도 언젠간 저 나이가 될 것이고, 저렇게 낮시간에 수다떨며 웃을 수 있는 친구가 있길 소망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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