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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DA Oct 19. 2021

5.2mm 친구가 찾아오다

웰컴투마이홈땅콩!

  남편과 두 손을 꼭 잡고 여느때처럼 산책을 다녀왔다. 여자들은 간혹 알 수 있는 '오늘은 터지겠다'의 느낌이 있어서 패드를 준비해서 다녀왔는데 산책을 다녀와서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설마.. 오늘은 예정일이 겨우 이틀 지나있었고, 백신 부작용은 아닌지 검색을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씻으러 들어갔다. 수건을 꺼내려 수납장을 열어보니 마지막 남은 임신테스터기가 보였고, 그냥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에 시도했는데... 내 눈에만 보이는건가??  거실 화장실로 씻으러 들어간 남편을 황급히 불렀다!! 




  "문 좀 열어봐!!! 이거 5분 안에 봐야한대!! 혹시 나만 두줄로 보여??"


  임신 테스터기를 거의 본적 없는 남편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음.. 뭔가 보이기는 하는거 같은데 지금은 씻는 중이라 잘 모르겠지만 두줄 인것 같아!! 라고 말했다. 내가 실망할까봐 늘 돌려까기 화법을 쓰는 우리 남편. 그러나 임테기를 자주 본 나는 단호박 한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이건 임신이 확실해...


  그러나 침착하자... 너무 호들갑 떨지 말자. 난임을 걱정하던 시기에 임신 테스터로 두줄을 봐도 공난포라서 아기가 없거나, 유전학적인 이유로 유산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잖아. 너무 호들갑 떨어서 더 많이 실망하지 말자..


  그리고 우리는 이틀 후인 토요일에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 확인을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다음날 임테기를 두개나 더 샀다. 인터넷으로 사면 훨씬 싼데, 약국에 가서 하나에 4000원이나 주고!! 그리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바로 테스트!!



  이건 확실한 두줄이다!!! 남편은 그제서야 웃었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나를 꼭 안아줬다. 말보다는 항상 행동이 앞서는 남편다웠다. 많은 순간에 나보다 침착하고 생각이 깊은 남자기에,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산스럽게 기뻐하다가 미안해할 일을 만들지 않는다. 이런 사람과 함께라면 아이도 잘 키울 수 있을거라는 믿음으로 시작된 여정이다. 


  그 다음날인 토요일, 우리부부는 5.25mm짜리 집을 짓고 자궁 안에서 자리를 떡하니 잡은 땅콩이를 만났다. 아이 귀여워!! 병원 진료를 본 날은 4주 5일차라 아직은 아기집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너무너무 신기했다. 남편은 초음파 화면을 봐도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의사선생님께서 화면을 띄워주시는 순간 찾았다. 여기 있네, 우리 아기.



  태명 땅콩이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는 작물인 땅콩에서 따왔다. 어떠한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건강히 잘 자라주길, 그리고 지금 이 순간부터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존재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아기는 잉태되는 순간부터 세상에 태어나는 방법을 안다는 말처럼, 우리 땅콩이도 부족한 엄마의 뱃속에서, 부족한 아빠의 태교 속에서 튼튼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서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존재로 살아가길 바라야지. 사랑해, 땅콩아! 우리 같이 재미있게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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