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DA Jan 11. 2023

반걸음 느리게 살아보렴

내 아이에게 하는 말

조기교육, 조기유학, 조기취업, 조기은퇴(?)... 삼십몇 년을 살면서 주변에서 많이 봐왔고 나도 경험해 본 수많은 조기시리즈. 이렇게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가는 사람은 주위의 시기질투를 견뎌내야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사람을 괴롭게 하는 기운이다. 


출산휴가를 누리던 중 문득 내 아이는 남들보다 반걸음 느리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기들보다 빠르게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는 혹여나 취업을 준비 중인 동기들을 속상하게 할까 봐 취업사실을 숨기기 급급했다. 남들보다 빨리 결혼해서 아기를 낳은 친구는 미혼 친구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아이에 매여사는 집순이 여사님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단지 남들보다 조금 빨랐다는 이유로, 성취를 이루어낸 자기 자신을 한껏 칭찬해주어야 하는 순간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축하받으며 기뻐해야 하는 순간들이 아쉽게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가 '이거 봐! 내가 이만큼 해냈어!' 보다는 '친구야! 나도 결국 해냈어! 우리 함께 축하하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먼저 앞서간 친구를 질투하지 않고 조금 느린 본인을 미워하지 않고 물 흐르듯 평온하게 제 갈길을 걸어갈 수 있는 반걸음 느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문화센터에 가도 낯설어서 꼭 우는 우리 아가, 적응에 최소 한 시간은 걸린다..


이런 엄마의 소망을 듣기라도 했는지 땅콩이는 막 7개월이 된 지금까지도 뒤집기를 안 한다. 가끔 우연히 되집기를 하고, 앉혀놓으면 10분 정도는 혼자 앉아서 놀 수 있지만 뒤집기는 절대로 시도도 하지 않는다. 


6개월까지는 그래, 기다려보자 했는데 7개월이 시작된 지금은 마음이 너무 불안하다. 혹시 어디가 아파서 그런 건 아닌지, 엄마가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해서 자극이 덜 된 건 아닌지.


우리 아이는 내 소망대로 느리게 가고 있는데 엄마는 그렇지가 못하다. 원래 엄마들은 본인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에게 투영한다던데 그게 바로 내 이야기인가 보다. 정신 차리고 우리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자.


아가야~ 느리게 가는 건 좋은데 반걸음만 느리게 가자~!! 엄마 애탄다 애타!!



매거진의 이전글 할아버지,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