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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DA Apr 20. 2023

우울감, 많을수록 심란해

외로워서 만났다가 외로워지는 마법

어릴 적부터 친구를 좋아했고, 친구를 사귀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편이었다. 덕분인지 지금까지도 곁에 남아 있거나, 현재진행형으로 친구가 되어가는 관계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그렇지만 갑자기 가족만 있으면 나머진 다 필요 없다 느껴진다거나, 역시 인간은 고독할 때 가장 평화롭다는 옛 성인의 말이 옳았구나 싶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사람이 열명이 모이면 그중 두 세명은 나를 싫어하게 되어 있다고 했던가? 네댓 명이었나? 대여섯 명? 그 말과는 다르게 나는 나를 둘러싼 열명의 사들 중 단 한 명과의 관계가 불편해지기라도 하면 세상 모든 관계가 무너진 듯 자기 비하를 시작한다. 나머지 아홉 명이 내게 깊은 애정과 관심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한 명을 집중적으로 생각하는 바람에 적잖이 우울해진다. 


그 사람은 왜 날 몇 번 보지도 않고 나를 피하는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내가 대체 얼마나 못난 사람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했을까 자책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모든 생각이 나의 오해와 착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 그저 표현이 인색한 사람이거나 타인에게 관심이 적은 사람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촉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그래서 자꾸만 내 관심과 애정을 그 한 사람에게 주려고 노력한다. 사실 난 당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당신의 마음을 얻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낸다. 나머지 아홉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음에도 나는 쓸데없이, 그 한 사람에게 마음을 주고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기다린다. 사실 내가 그에게 보내는 내 마음도 진심이 아닐지 모르는 것이니 이 얼마나 상호 간에 의미 없는 시간들인가.


그리고 사람은 사람으로 낫는다고, 나를 끊임없이 좋아해 주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위안을 받고 싶어 쭈뼛인다. 자주 연락하던 사람에게 만나자고 하기도 하고, 행사 때만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의 지인에게 안부를 묻기도 한다. 그럴 땐 대부분 만나기로 한 약속이 불발되고, 가깝지 않은 지인과는 말할 수 없는 어색함만 남기고 연락이 종료된다.


한송이도 예쁘지만, 같이 모여있으면 더 예쁜 꽃송이들.


그럼 더, 더욱더 외로워진다. 사람에게서 외로움을 느껴 다른 사람을 찾아갔다가 더 큰 외로움을 느끼고 돌아오는 것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잊는 것이 아니다. 내 감정과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던, 소파에 모로 누워 휴대폰으로 의미 없는 쇼핑몰을 구경하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든, 아니면 지금처럼 글을 써서 내가 왜 이런 기분에 빠져들었는지 알아야 한다.


이상하게도 기분이 평화로울 때보다 이렇게 위아래로 요동칠 때 글이 더 잘 써지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진짜 내 얘기, 지금 바로 느낀 생생한 감정들을 조용한 고독 한가운데 앉아 차분히 키보드를 두드려 생각을 정리하면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리고 왜 별거 아닌 일로 마음을 바닥까지 끌어내렸는지 웃음이 나기도 한다.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저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부터 내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그 한 사람이 아니라 나머지 아홉 사람을 생각하며 충분히 기뻐지려고 한다.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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