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이 모두 어울리는 배우님
M배우님, 저는 오늘 배우님의 신작을 쿠땡으로 스트리밍 하면서 편지를 쓰고 있어요. 오늘 친구의 좋은 소식을 들었는데 우울해지는 제 모습이 싫어서 배우님 얼굴만 보고 그냥 플레이를 시켰어요. 역시나 배우님의 표정과 행동, 몸짓에서 웃음과 감동이 다 느껴지네요. 그리고 배우님이 맡는 역할들이 대부분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고 승부에서 이기는 롤이어서 배우님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대리만족이 되어서 기쁜 걸까요.
저도 배우님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즐거움과 감동을 모두 줄 수 있는 사람이요. 상대의 실수나 무례함을 웃어넘길 수 있는 쿨~한 사람이요. 물론 배우님에게도 많은 아픔과 역경이 있겠지요. 관객인 저는 배우님의 꾸며진 모습만 보니 알 수는 없지만, 사람에게는 누구나 조금씩 어두움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배우님의 트레이드마크인 황소 같은 근육질 몸매를 보면, 배우님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상을 살고 계실 거라 생각해요. 저는 다이어트를 끈기 있게 못해요.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자존감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어요 ㅎㅎㅎ 배우님의 모든 성과들은 그런 끈기와 노력에서 나오는 것이겠죠.
M배우님, 제 주변에도 배우님과 비슷한 선배가 한 명 있어요. 유쾌하고도 진중한 성향도 비슷하고, 덩치도 비슷해요. 뭔가 마음이 무거울 때 찾게 되는 것도 비슷하고, 만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비슷해요.
저에게 이런 선배가 있다는 것이 가끔은 너무 고맙기도 해요. 물론 함께 지내는 시간 동안 늘 즐거웠던 건 아니지만 분명 조금은 다른 색감의 우정인 것 같아요. 방금 그 선배에게 커피 한잔 마시자고 연락해 보았답니다.
M배우님, 오늘 제 기분을 나아지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기분을 오락가락하게 하는 건 결국 다른 사람과의 관계인 것 같아요. 지인으로 포장되어 있는 정체 모를 등장인물이 갑자기 나타나서 제 기분을 망쳐요. 그리고 대부분 그 등장인물은 오래된 지인이죠.
언제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오다가 괴로움에 갇혀 이제야 그 병을 좀 내려놨는데, 이제는 그 시절의 사람들을 만나는 게 조금 두려워진 것 같아요. 아마 저의 옛날 모습을 다시 마주할까 두려워서 그런 건 아닐까요? 아니면 예전 같지 않아 진 제 모습을 확실히 보게 될까 두려운 걸 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보고 싶은 사람만 보고 살 수 없는 게 인생살이니까, 스스로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워야겠어요. 내 기분의 주인은 나 자신이니까요. 알면서도 그리 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우리는 또 작심삼일이라는 것을 해봐야죠.
사실 기분이라는 것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할 수 있는 것인데, 나이를 먹고 지킬 것이 많아질수록 뭐든 쉽게 떨쳐내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이럴 때는 제가 달달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았겠다 싶기도 해요. 어떤 사람들은 이럴 때 케이크나 쿠키를 먹으면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던데.
삶이 바쁘지 않아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거겠죠? 이 순간에도 왠지 배우님은 헬스장에서 웨이트를 치고 계실 거 같은 상상이 돼서 웃음이 나네요.
M배우님, 오래오래 건강하게 배우활동 많이 해주세요. 전하지는 못하지만 이 편지로 마음을 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