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산책
자전거를 타고 북쪽으로 내 달린다.
은평구 불광동에서 통일로를 따라 달리면 고양시에 다다른다.
큰 길을 따라 가다가 한적해 보이는 오른쪽 길로 방향을 돌린다.
대여섯개의 온실로 이어진 화훼농장을 지나고 장례식장을 지나면
왼쪽으로 마을로 들어서는 샛길이 나타난다.
길 안쪽으로 작은 사당이 보인다.
안내판에는 최영장군의 묘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멀리서 전해오는 자동차 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간간히 주위를 끌 뿐,
눈앞에 펼쳐지는 시감각에 모든 관심을 내어준다.
우선 잘 다듬어진 동글동글한 소나무 한 그루가 자신을 드러낸다.
소나무는 덤불처럼 크게 자란 향나무의 뒤로 숨었다 나타나고
그 뒤 사당 너머로 달음질 하여 숨었다 나타난다.
솔잎더미는 나의 어깨가 되고 왼쪽 얼굴의 광대뼈가 되었다가 몸 전체가 된다.
몸은 이미 마련된 통로를 따라 걷는다.
대부분의 신성함은 계단위에 있다.
나는 계단의 의지에 복종하여 위로 오른다.
계단을 오르면 분묘를 위해 쌓은 축대를 만난다.
축대를 넘어올라 털석 주저 앉는다.
오늘 처음으로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터벅터벅 지상으로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