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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C Apr 29. 2020

작업치료사의 어느 하루

병원보단 집 - 그 모든 것을 무릅쓰고.

신경외과 중환자실.. 82세의 할아버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물 마신은 것 조차 힘들어서 결국엔 배에 구멍을 뚫고 튜브를 직접 연결시켰다.

하루 종일 운동을 하라고 하는 가족들, 의사 간호사 그리고 자기 손주 벌 되는 치료사들까지 참 귀찮기도 하겠다. 오늘은 많이 피곤했는지 잠이 많았고 생떼도 부렸다.

퇴원하고 집에 갈 때가 됐다고 준비가 됐다고 아무리 외쳐도 다들 아직 가기에는 위험하다고 한다.

더운 여름 오후, 나도 졸리고 힘든데 나이 든 할아버지는 오직 힘들까... 내가 아침 인사하자마자 집에 언제 가냐고 묻는다. 아무리 왜 못 가는지를 설명을 해도 깊은 생각에 있는지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는 가야 한다고 하는 말만 한다.  다쳐도 내가 아니고 자신이 다치는 거니까 놔두라고.

일단 치료/운동 시작.. 힘들어 보이고 졸리는지 눈이 자꾸 감기는 거 같아 일단 점시나마 쉬게 하려고 눞힌후 잠을 눈을 붙이라고 했더니 잠시 껌벅거리다가 이내 입을 벌리고 깊이 잠이 든다.

3시가 훨씬 지나고 30 분이 지나고 깨우니 제알 먼저 하는 말이 밥을 달란다. 점심. 그 사람은 밥을 먹을 수 없다. 물도 안된다 만약 물이나 음식이 목의 다른 곳으로 들어가면 그대로 질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달래서 방으로 오자마자 기다리던 가족을 보고는 환하게 웃는다.

한참을 말싸움을 하고 하는 말....

이렇게 계속 언제까지 모르게 병원에 있을 바엔 집에 가겠다, 이제까지 82 년동안 안 죽었다. 꼭 죽으라는 법도 없다. 약 먹다가 아님 물을 마시다가 죽을 수 있다고? 그런 위험이 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을 무릅쓰고, 집에 가고 싶다고... 죽어도 내 집에서 죽겠다고.

그 말을 들은 가족들과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맞는 말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분의 눈이 너무나도 간절하게 말했기에. 제대로 말도 못 하는데 어렵게 힘들게 한마디 한마디가 뚜렷하게 들렸기에.. 아무도 더 설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조용했고 가족들마저도 더 이상의 할 말이 없었다.

그 방을 나오면서 난 느낀 것.. 그래. 집에 얼마나 가고 싶었을까. 그리고 혹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안남 았다는 걸 느껴서 그렇게 원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어린이던 나이가 많은 노인이던 진정 자신의 집만 한 곳은 없다. 내가 아무리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아픈 몸이라도 낯선 약네 나는 병원보단 추억과 편안한이 있는 집 냄새가 있는 집이 자신에겐 쉴 수 있는 그래서 다 나을 수 있을 것 같은 곳이다. 빨리 할아버지가 퇴원을 할 수 있게 소리 없이 속으로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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