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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라 Mar 02. 2024

그럼 건강 유의하세요 :)

진심으로요…

늦잠을 자고 일어나자마자 사과 하나를 깎아 먹었다. 4일째 그러고 있다. 보통 휴일에는 아침 식사를 건너뛰고 두세 시쯤 늦은 아점을 먹곤 하는데, 지금은 건강을 챙겨야 하는 때라 강제로 아침 사과를 먹었다. 구운 달걀 3개와 방울토마토 10알도 함께.


지난 2주 동안 내 몸상태는 최악이었다. 너 지금 면역력 바닥났으니까 과일이랑 영양제 좀 때려넣고 잠 좀 자라고, 온몸이 비명을 질러댔다.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아서 메모장에 증상을 하나하나 기록해놨다.



2/18(일) : 입술 포진(1군데)

2/20(화): 턱 아래 근육 통증+인후통 때문에 이비인후과 방문 : 편도염 진단, 4일 치 약 탐

2/23(금): 별 차도가 보이지 않아서 내과 방문 : 편도염 재진단, 피곤하면 임파선염이랑 같이 올 수 있다고 함, 컨디션도 안 좋아서 수액 맞음

2/24(토) : 잇몸 붓고 출혈, 양치할 때 칫솔모가 바늘같이 느껴질 만큼 심한 통증 동반

2/25(일) 밤 : 왼쪽 뒷목 헤어라인 쪽 멍울 생김+목 라인도 살짝 부어있음

2/26(월) : 인후통은 거의 다 나음, 잇몸은 그대로 아픔, 어제 입술 뜯어서 그런가 포진이 번진 것 같음, 목 뒤 멍울은 그대로, 턱 바로 밑 근육도 부음 / 내과 재방문 : 멍울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함, 편도염도 아직 상태가 안 좋다고 함, 3일 치 약 탐

2/27(화) : 입술 포진이 아문 곳에 딱지가 져서 거슬리고 꼴 보기 싫음

2/29(목) : 인후통 사라짐, 하루종일 관자놀이부터 광대 쪽까지 간헐적으로 통증 발생

3/1(금) : 잇몸 붓기는 많이 가라앉았고 통증도 줄어듦

3/2(토) : 왼쪽 뒷목 근처 멍울은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음. 컨디션 90% 정도 회복된 듯



살면서 이런 식으로 잔병치레를 했던 적이 없어서 새로운 증상이 생길 때마다 나는 적잖게 당황했다. 입술 포진에, 인후통에, 멍울에, 잇몸 출혈에, 안면 통증까지… 산 넘어 산이었다. 빨리 나으려면 아픈 데 그만 신경 쓰고 다른 일에 집중하라고들 이야기했지만, 나는 천성이 예민하고 엄살이 심해서 종일 몸상태를 체크하고 굳이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까지 받았다. 스스로 예민하다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이번에는 뭔가 심상치 않은 것 같다는 괜한 걱정과 불안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니 회복이 더딜 수밖에.


면역력이 바닥난 원인은 세 가지 정도로 유추해 볼 수 있겠다. 첫 번째는 지난 12월부터 운동을 다니지 않아 체력이 뚝 떨어졌기 때문일 테고, 두 번째는 2월 내내 두세 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해서, 세 번째는 건강에 도움 되지 않는 음식만 주야장천 먹었기 때문일 테다. 면역력 저하하기 대회 참가자도 아니고, 대체 왜 이렇게 살았을까 싶다. 어젯밤 일기에도 썼지만 이제 3월이니까 본격적으로 건강 되찾기에 집중해야겠다. 건강식 챙겨 먹고 요가도 다시 다니고. 내 몸은 내가 스스로 챙기는 수밖에 없다.




죽을병에 걸렸던 건 아니지만 몸 여기저기가 고장 나고 나서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말이 새삼 와닿는다. 어째서 몸의 어딘가가 아파야만 그곳 역시 나의 일부임을 인지하게 되는 걸까. 헤어지고 나서야 그 사람이 내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것처럼. 꼭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인간이란 얼마나 하찮고도 미련한 존재인가..


그러니 있을 때 잘해야 한다. 그게 건강이든, 사람이든, 사랑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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