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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딥웰 Oct 26. 2022

#1. 제 사진 괜찮은가요?

사진작가라는 자격증이 없어서 참 다행입니다.

"제 사진 괜찮은가요?"


시작과 함께 오늘도 어김없이 받는 질문. 바로 대답하지는 못한다. 나의 사견이 수강생분들에게 기준이 될까 봐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이에 나는 "사진이 나빠 보이셔서 그럴까요?"라고 대신 건넨다. 돌아오는 대답은 "그건 아닌데..." 나빠 보이지는 않지만 좋은 사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에 생기는 고민이다. 그간 숱하게 사진을 담아온 나 또한 그렇다.


오른쪽처럼 수평과 수직이 맞춰줘야 사진에서 안정감이 느껴진다.  @출처 : 직접 촬영


 사진은 자로 잴 수 있는 결과를 바로 제공하는 일이 아니다. 기본은 있으나 기준은 없다. 수평과 수직, 이것만 지켜도 더 보고 싶은 사진이 된다. 완벽한 성과는 아닐 수 있다. 그래도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과정을 경험했다는 것. 사진은 그 자체로 훌륭한 기록이지만 어느 측면에서는 조금 부족한 기록 같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은 이 부족함을 더 들여다보는 것만 같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라는 생각. 어쨌든 나는 강사의 위치에서 좋든 싫든 대답을 이어나가야 한다.


***


"30분 드리겠습니다."


혼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시면서 사진을 찍어 주세요. 그리고 딱 한 장만 저에게 보여주세요.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으로요. 이때부터 나는 최대한 수강생분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본다. 그러자 망설임이 보였던 손가락들은 셔터에 설렘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찰칵. 찰.칵. 찰칵.


 끊이지 않는 셔터소리가 마치 자신감이 올라가는 것처럼 들려온다. 소리가 희미해질 때 쯤이면 다들 연거푸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선택의 시간이 왔다. 모두들 불과 몇 분 전의 나 자신과 비교하며 고민하고 있다. 고르고 골라서 보여주는 단 한 장의 사진. 어떠한 말도 담지 않은 손길에 나 또한 침묵으로 답하였다. 마주친 눈은 이전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후 걱정은 온데간데없고 호기심 가득한 질문들로 수업은 채워진다. 항상 그랬다. 찰칵 소리 한 번으로 끝나는 사진은 없었다. 잠깐 주춤하고, 힘들 수 있으나 다시 또 눌러봐야 된다. 남이 찍어주지 않는다. 무엇을 담든 사진은 내가 찍는 것이다. 나로부터 시작된 기대감은 내가 채워 넣어야 한다. 그러면 굳이 티를 내지 않아도 드러난다. 그리고 이 기대감은 자신감으로도 이어진다.


수업 중 수강생분이 촬영한 사진 @촬영 기기 : 갤럭시S20


 우리가 요리할 때를 생각해 보자. 다른 이의 입에 닿기 전 내가 먼저 맛을 봐야 한다. 그리고 나의 판단에 따라 식탁 위에 등장할지가 결정된다. 내가 자신이 있어야 내보일 수가 있다. 내 입맛은 정확히 알기에 자신감이 있다. 적어도 내 입맛에는 맞췄기 때문이다. 이후 다양한 입맛에서 나오는 의견들은 나를 헷갈리게 할 수도 있다. 좋든 싫든 귓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 요리경연 대회가 아니다. 평가가 아니라 의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내 입맛이 틀린 게 아니다. 그냥 다를 뿐이지. 또 혹시 모른다. 다양한 입맛들은 다음 요리에 좋은 재료로 쓰일 수도 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요리가 없듯이,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사진도 없다. 그러니 타인의 시선보다 내 취향을 담는 것이 좋은 사진인지도 모른다. 최소한 당당해 보일 수라도 있으니까.


***


 우리가 느끼는 만족은 단지 결과에만 있지 않다. 결과에 담겨 있는 과정의 노력은 고스란히 내 몸과 사진에 흔적처럼 남아있다. 이 흔적이 쌓이고 쌓여 나에게 있어서 뭐가 '좋은 사진'이고 뭐가 '잘 찍은 사진'인지 알려줄 것이다. 아직 나도 완성에 도착해있지 않다. 계속 셔터를 누르며 더 가까이 다가갈 뿐이다. 화려한 풍경과 멋진 피사체가 없어도 괜찮다. 우리의 삶은 우리만 할 수 있으므로, 특별하기에. 각자의 특별함을 깨달으며 집 앞의 골목부터 사진을 담아 가면 충분하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만큼은 여러분도 사진작가이니 일단 남겨보시길 바랍니다."


"사진작가라는 자격증이 없어서 참 다행입니다."

수강생분의 말을 끝으로 오늘 수업도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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