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판도라의 상자는 열려야 마땅하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아차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지인의 알림이나 우연한 조우도 있겠지만은 뭐니 뭐니 여자의 촉은 무시할 수 없고 개인 통신기기를 사생활이란 명목하에 열람하지 않고 믿는 것..
그게 나름의 부부 생활이라 여겼지만... 아니다...
저 사람 분명 뭔가 나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게 10년 을 그리고 앞으로의 부부생활을 위한 걸림돌이 된다면 한 번쯤은 휴대폰을 열람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 회사의 퇴직금과 현 회사의 상여금으로 주식을 했는데,, 그게 꼴아박혔나....
부부간의 트러블이 있다면 열에 아홉은 돈 문제가 작용하지 않나 싶었다.
'도대체 얼마나 손해 봐서 저리 굴지...?'
그와 난 아이가 태어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각기 다른 방에서 지내왔었고 그 생활을 쭈욱 유지 중이었다.
그렇지만 휴대폰을 우연히 열람하게 된 그날은... 가족 여행의 둘째 날 5성급 호텔에서였다. 내내 각방을 지내고 있어서 더 몰랐다.
- 오카 쓰게 해 줄래?
= 오카가 뭐야?
- 오빠카드지~
- 한쪽만 기대하고 기다리고 아프고..
여자의 카톡은 그러하다. 그 와중에 5성급 호텔 킹베드에 누워있는 그는 회의라 바쁘다고 했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순간....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때 그 순간을 절대로 잊을 수가 없다.
심장은 요동치고 눈물은 그저 흐르며, 손발은 떨려서 제대로 휴대폰 조작을 할 수 조차 없다.
증거를 남겨야 한다.
그동안의 카톡과 문자는 거의 지워져서 몇 개 남아있지 않았지만
둘만의 프로필 사진은 커플링, 한쪽만 계속 기다린다는 내용, 오빠카드를 쓰고 싶다는 그녀, 그리고 그가 알려준 자신명의의 카드 비밀번호...
내가 바보 같았다. 결혼 시작 어려울까 봐, 그가 무리할까 봐, 난 커플링도 예물도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내가 받은 건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주신 금가락지 하나가 다였다. (명품 가방이라 불리는 것조차 없었다)
그래도 난 괜찮았다. 손 쓰는 직업을 하는 나로선 반지 괜찮아~ 주얼리 많이 안 하니까 괜찮아~ 이랬고
사람을 많이 만나는 그의 직업을 존중해서 그는 좋은 옷을 입어더 난 옷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게다가 난 한 번도 그의 카드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
내가 그의 카드를 이용해서 인터넷 쇼핑을 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그녀는 그의 카드를 이용해 쇼핑을 하고 오빠라 부르다가 나쁜 ㄴ 이랬다가 아주 쇼를 했다.
피꺼솟....
요즘 줄여 쓰는 말로 피가 꺼꾸로 솟는다는 말이던가...
정신없이 룸 키 하나를 집어 들고 나와서 호텔 로비에 덩그러니 앉았다.
꿈인가... 새벽 세시에....?
그런데... 이 꿈은 왜 이렇게 슬프지..
눈물이 그냥 계속 흘렀다. 얼마 만에 우는 것인지...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라면 왠지 깨어 있을 거 같아서..
막 잠든듯한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잠을 깨운 거에 대한 미안함은 없다.
내가 죽을 거 같았으니까..
- 언니... (계속 우는 중)
= 으응... 뭐야.. 왜~~~
- 그 자식이 진짜 바람피우고 있었어....
그 대상이 송대리였어..!!!!!!!
(가명이며 진짜 송대리인 분들에게는 죄송하다)
로비에 계신 호텔리어들을 신경 쓸 겨를 조차 없는 나는 5성급 호텔 로비에서 엉엉 울고 말았다.
- 판도라의 상자는 열려야만 한다.
배우자의 민낯인 여러 진실들과 마주하기 두려워서 피한다면 결국 그것은 알려지게 되었을 때 외면하려던 그때 나 자신에게 조차 실망의 순간들이 될 수 있다.
난 사실 피하지 않았다. 그가 십 년간,, 아니 사귀었던 처음부터 교묘히 날 속여왔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