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경제백신 접종하라!
헬스장으로 상징되는 자영업자들의 집단 항의사태가 주는 교훈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자영업자들에 대한 획기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헬스장 대표들을 두 차례 만나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대로 가면 각 분야 자영업자들의 원성이 폭발해서 커다란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 같았다. 자영업자들의 주장은 지난 한 해 동안 정부의 방역지침에 성실히 따랐지만 결과는 도탄에 빠졌으니 정부가 피해를 보상하라는 것인데 독일의 사례처럼 정책적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방역지침도 형평성이 있어야 따르라고 할 수 있다. 태권도장은 문 열게 하고, 당구장, 헬스장, 필라테스는 집합금지 대상이니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소상인들은 코로나로 문 닫을 판인데 백화점은 고객들로 넘칠만큼 제한이 없으니 형평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콩 한 개도 나는 못 먹는데 옆 사람만 먹으면 화가 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사회학적 용어로 '상태적 박탈감'이라 하는데 모두가 굶는 절대적 박탈감보다 상대적 박탈감이 만연할 때 폭동이 발생한다고 한다. 코로나 위기에 민감해진 자영업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영화관, 공연장 등 문화예술계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분야인데 방역수칙이 비현실적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심각하게 들린다. 문화예술은 행사나 무대공연을 못하면 수입 자체가 제로이기에 문화예술계의 파산에 대한 정부 지원과 현실적 방역수칙 개선이 필요하다. 문화예술계나 체육시설업 종사들 대부분이 청년들인데 이들 문화예술체육계에 종사하는 수십만 명의 청년일자리를 지키는데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문화예술체육 현장 말고도 전분야에 걸친 방역수칙 재검토가 필요하고 피해에 대한 보상체계도 현실화돼야 한다.
국가가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왕조시대도 감염병으로 백성이 어려울 때 나라가 곳간을 열고 부자가 구휼에 앞장섰다는데 코로나19로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양극화가 더욱 심화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착한 국민들이 참고 참아왔는데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고 더 참으라고 계속 설득할 상황이 아니다. 자영업자 손실을 직접 지원하는 외국 사례는 너무도 많다. 언제나 곳간 열쇠를 숨기기 바쁜 쪽에게 주도권을 계속 주어서는 안된다. 캐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의 주장대로 지금은 전쟁에 준하는 국가위기 상황이므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아낌없이 돈을 풀어 고용유지와 서민 생계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돈을 얼마나 풀어야 할지 논쟁할 때가 아니다. 당국은 국민과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가용한 모든 재원을 풀어 산소호흡기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해처럼 국민들의 협조와 희생만으로 코로나 방역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넘었다. 긴 시간에 모두 지친 상태이다. 방역백신은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서도 새해엔 경제백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자영업 피해 국민에 대한 확실한 지원과 코로나 영업에 대한 안전성 및 형평성을 담보하는 정책시행이 필요하다. 코로나 단계별 상황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영업을 허용할 때는 세심한 정책을 펴야 한다. 여기서 세심함이란 수십 평의 소규모 헬스장과 수백 평의 대규모 헬스장간에 방역수칙을 달리 적용하는 것이다. 일률적인 행정 편의적 기준은 합리적이지 못해서 결국 집단항의로 이어진다. 종교 활동도 시설규모에 따른 차별화된 방역수칙이 필요하며 식당 등 자영업도 마찬가지이다. 합리적이고 세심한 정책으로 국민적 동의를 얻어 정부가 설득할 부분은 설득하고 과감한 실행이 필요하면 집단항의에 굴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경제백신의 기본 방향이다.
경제백신은 코로나로 피해 입은 자영업자와 서민을 위한 긴급 구제대책이다. 백신은 제조회사와 경쟁국들이라는 상대가 있어서 협상이 어렵고 시간도 걸리지만, 경제백신은 우리가 '합리적이고 세심한 기준'을 가지고 결정해서 실행하면 되므로 빠르게 접종이 가능하다. 백신처럼 늑장 대응으로 비난받기 전에 지금이라도 서둘러 집권 여당과 관련 정부부처가 경제백신을 준비하여 새로운 K-방역 시즌2 마스터플랜을 늦어도 설날 전까지 마련하고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것이 새해벽두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한 초유의 헬스장 시위가 주는 교훈이다.
※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영업제한 관련 시민 의견을 소개합니다.
영업제한에 대해 업종별로 촘촘하게 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들었던 불만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 실내 업종인 경우 :
- 현재 학원은 교습실 넓이, 교습실 개수와 상관없이 한 학원에 1회 시간당 9명까지 입실하도록 허용하니 대형 학원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실내 교습실의 넓이와 교습실 개수에 따라 비례하여 숫자를 허용해야 불만이 없을 것입니다.
- 식당의 경우 밤 아홉시면 영업을 마쳐야 하는데 고객들이 오래 있지 못할 것 같아서 여덟시가 가까워지면 고객들이 아예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아 저녁손님이 없습니다. 거리두기만 철저히 지킨다면 열시까지 연장해서 식당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소시켜 주면 좋겠습니다.
- 실내 체육시설 (피트니스, 태권도, 검도, 무용, 음악, 공연장 등) : 면적에 비례하여 입장 총인원을 정해주고 그 인원 한도를 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습니다.
- 백화점은 사람이 넘쳐나는데 제한이 없다는데 불만이 큽니다.
* 실외 업종인 경우 :
- 골프장, 스키장 등 야외에서 하는 업종의 경우 가능한 일정한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도록 하며 영업을 허용해주면 좋겠습니다.
(전면 영업정지를 한다는 것은 정말 최악의 경우일 테니까 업종별로 최대한 운영을 할 수 있는 안을 촘촘하게 맞춤형으로 짜야 할 것 같습니다. 원칙을 세우고 업종별로 간담회를 통해 최대한 허가해 줄 수 있는 안을 모색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부 관련기관에서 힘들다면 국회에서 분담하여 간담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제안은 정부기관 어디로 해야 할지 몰라서 이곳에 올립니다. 사무총장실이나 원내대표실에서 의원들 의견을 모아서 전달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