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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회의원 안민석 Apr 28. 2021

총선 일주년을 맞아 쓰는 반성문

오산시민들의 과분한 사랑으로 총선에서 내리 다섯 번째 선택을 받은 지 일 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지난 총선에서 합참의장 출신으로 오산을 지켜온 슈퍼 후보의 강력한 도전을 받았으나 코로나19 위기 정국에서 다섯 번째 싸움에서 무난히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산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할 다섯 번째 기회를 주신 시민들께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총선 일 년을 맞으며 저는 매우 우울합니다. 지난 보름간 밤잠을 설치고 악몽을 꾸었습니다. 내년 대선 승리가 난망할 듯하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재보궐 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게 등을 돌려 충격적 패배를 안겨 주었습니다. 밥솥을 태운 정도가 아니라 부엌이 전소되어 숟가락 젓가락 하나 쓸모없이 되었습니다. 큰불이 나서 솔가지나 양동이로 불을 끌 수가 없고 119 소방청과 소방헬기를 부르지 않으면 진화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큰불이 날 줄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큰불이 난 것을 확인하고도 큰불이 아니라고 주장을 하는 분들이 주위에 있습니다. 아직도 잔솔이나 양동이 물로 진화할 수 있는 불이라고 인식하고 있는걸 보면 두렵습니다.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위기입니다. 비대위 구성의 실망이나 흥행 실패로 평가되는 전당대회를 포함하여 보궐선거 후 일어난 일련의 흐름은 국민들께 공감이나 감동을 전혀 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큰불로 경고했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스스로 힘으로 끌 수 있다고 합니다. 국민들은 밥솥 한 번 태운 정도가 아니라 살림살이 다 태웠다고 하는데 민주당은 밥솥 한 번 태웠으니 이제부터 정신 차리면 된다고 합니다. 아무리 반성한다고 외친들 무엇을 반성하는지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엌을 새로 짓고 밥솥을 새것으로 바꿔야 하는데 타다만 자재로 고쳐 쓰려고 하니 진정성을 알아주는 국민들이 별로 없습니다.


큰 위기를 돌파하려면 혁신지도부가 들어서야 하는데 국민들은 신선하거나 감동을 느낄 지도부가 구성되지 못했다고 오히려 나무라고 있습니다. 전당대회는 우리들만의 리그가 되었고 2030이 돌아섰습니다. 그들의 마음이 오세훈과 윤석열을 향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2030이 실망한 공정의 가치를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대선 전까지 가능할지 걱정입니다. 청년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는 부동산 가격을 대선까지 잡을 수 있다고 보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주말에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4050분들을 만났는데 무능한 민주당을 탓하며 문재인 대통령 찍은 것을 후회한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의사 출신 신혜영 의원이 호소하듯 당 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으니 무능한 당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선까지 무능한 민주당이 유능한 민주당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요?


다시 열심히 하겠다고 반성하고 다짐하면서도 네 탓만 하니 국민들은 더욱 실망입니다. 검찰개혁하려다 저항 때문에 삼대가 멸할 처지에 있는 조국을 소환하여 내부 분열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와 다른 대선후보 지지자 간 적대적 경쟁의 후유증이 벌써 걱정됩니다. 죽기 살기로 헐뜯는 지지자들 간 싸움은 마치 원수를 대하듯 합니다. 똘똘 뭉쳐 원팀으로 대선을 치러도 힘든 판에 적대적 경쟁은 공멸하는 길이니 속히 선의의 경쟁판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 선거 결과로 가장 뼈아픈 것은 민주당이 잘못해서 국정농단으로 몰락 지경까지 간 보수가 재건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더 이상 국정농단 프레임은 먹히지 않습니다. 오세훈, 박형준 두 시장은 국정농단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몸이니 그들의 등장과 동시에 국정농단 프레임이 사라지고 역사의 관속에 처박힌 MB가 부활했습니다. 그들은 문재인 대통령 면전에서 이명박근혜 사면을 요청했습니다. 보수가 재건되고 윤석열이 제3당을 만드는 경기를 지켜보는 것으로도 흥미로운데 보수당과 제3당의 통합 후보를 만드는 흥미진진한 과정이 흥행대박을 친다면 대선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오세훈 안철수 단일화를 흥행시켰듯이 노련한 김종인은 그런 그림을 그리려 할 것입니다.


희망? 당연히 만들어야 하고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기를 위기로 인식해야 함께 길을 만들 수 있습니다. 국민 눈높이에 큰 변화를 실천하고 청와대와 수평적으로 소통하며 대선을 이끌 수 있어야 합니다. 혁신의 기준은 민주당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 눈높이입니다. 중진들이 지혜를 내지 못해 아쉽습니다. 저부터 통렬히 반성합니다. 중진들의 침묵은 아무리 비난받아도 부족합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경륜이 풍부한 중진들이 지혜를 모으기는커녕 침묵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부터 반성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하고 살신성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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