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천 상류에 있는 기흥저수지 물이 오산천으로 방류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기흥저수지의 물은 농수로를 통해 운암뜰을 거쳐 진위천에서 합류합니다. 저수지가 생긴 1964년 이후 지금까지 우수기나 장마철 때만 저수지 수위 조절을 위해 저수지에서 오산천으로 방류되었을 뿐입니다. 특히 11월부터 3월까지는 오산천으로 전혀 방류되지 않습니다. 저수지의 물이 오산천으로 흐르지 않으니 오산천 건천화 문제해결은 오산천 살리기의 핵심과제였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오산천살리기 환경운동을 시작했던 20년 전까지만 해도 오산천 상류에 있는 기흥저수지 물이 맑아야 오산천이 살아날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지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주장도 했습니다. 무지한 탓이었지요. 물론 아직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오산천의 물이 기흥저수지에서 흘러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산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을 하던 2001년 오산천 살리기 전문가 토론회에서조차 오산천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수량 증가가 필요하니 기흥저수지 물이 오산천으로 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당시 기흥저수지 수질등급은 5등급으로 아주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악취도 났고요. 오산천 수량 확보를 위해 기흥저수지 물을 오산천으로 흘려보낸다면 마치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듯 오산천 수질이 나빠져서 생태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 뻔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초선 국회의원이던 2007년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오수를 오산천으로 흘려보내겠다는 제안을 받았는데 당시 오산지역 활동가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나누어졌습니다. 오산천에 삼성전자 오수를 받지 말자는 측과 받자는 측의 이견은 뚜렷하게 나누어졌습니다. 오수를 받으면 오산천 수질이 더욱 악화되고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주장과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오수정화처리 수준을 믿고 오산천 수량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 물을 받자는 찬성 의견이 팽팽했습니다. 저는 후자 쪽이었고 반대하는 분들을 설득해서 결국 하루 5만 톤의 오산천 방류를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단 삼성전자에서 처리된 수질이 오산천 수질보다 좋아야 한다는 전제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오수처리 후 수질은 문제가 안되었는지만 물의 온도가 오산천 수온보다 높아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류를 중단하고 수온을 낮추어 줄 것을 삼성에 요구했고 삼성은 수백억 원을 들여 시스템을 개선하여 수질과 수온을 개선한 물을 오산천으로 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지금까지 오산천의 건천화를 막고 수량이 사시사철 유지될 수 있게 된 사연입니다. 만약 그때 삼성이 오산천 대신 원천천으로 방류했더라면 오산천은 여전히 건천화되었을 것이고 수달도 돌아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삼성전자 방류가 시작되고 15년 흐른 지금 오산천 생태계는 아주 좋아졌습니다. 수량이 수질을 개선했고 사시사철 일정한 수량 덕분에 생태계도 좋아져 각종 물고기와 식물, 그리고 겨울엔 다양한 철새들이 오산천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수달은 오산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더 맑은 오산천의 꿈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기흥저수지의 맑은 물도 오산천으로 흘러내린다면 오산천의 수량이 훨씬 풍부해지고 생태계가 더 좋아질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2015년 국가예산을 책임지던 예결위원회 간사 시절 기흥저수지 수질 개선을 위해 국비 400억 원을 확보해서 용인시와 함께 기흥저수지 수질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노력을 했습니다. 어릴 적 기흥저수지에서 멱 감고 놀았던 기흥의 김민기 국회의원이 제 친구의 동생인데 기흥저수지 살리기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김민기 의원과 함께 농림부 장관을 기흥저수지에 두 번이나 방문토록 했고, 저수지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현장으로 부른 것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 결과 기흥저수지 수질은 거의 2급수 수준으로 개선되었으니, 오산천으로 저수지의 물을 방류하도록 할 때가 되었습니다.
수년 전부터 농어촌공사 측에 오산천 방류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거부되어 불가능한 듯 보였습니다. 결국 김민기 의원과 함께 농어촌공사 사장을 한 달 전에 만나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지금은 밝히기 곤란한 최후의 벼랑끝 전술까지 동원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지요. 결국 농어촌공사는 기흥기저수지 1일 2만 톤의 오산천 방류를 결정했고, 방류가 시작되는 날 그동안 오산천 살리기를 위해 함께 노력해온 분들과 기흥저수지 개문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60년 만의 기흥저수지 개문은 가슴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오산천의 미래가 더욱 밝아졌습니다. 수달과 시민이 공존하는 오산천은 오산의 자랑이자 후세들에게 물려줄 귀한 유산입니다. 지금까지 오산천 살리기를 위해 헌신하신 오산천 지킴이 지상훈 국장님과 환경연합에서 15년을 헌신한 박혜정 국장님을 비롯한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왕에 반딧불이가 돌아오는 오산천을 만들어 보지요. 오산천을 세느강으로! 37개의 다리를 흐르는 세느강에 비하면 오산천의 길이는 짧지만 세느강보다 더 사랑받는 오산천의 꿈을 향해 시민 여러분과 함께 달려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