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 경력이 없는 초보자라는 걸 잊지 말자
대신 아직 서류통과가 남은 XX궁이 있었다. 그래, 다음 기회가 남았으니까 잘해보자고 생각했는데 가만 보면 여기가 이 정돈데 XX궁은 어떻겠어. 여기도 똑같이 급여가 적긴 해도 4대 보험도 되고 기간에 정함이 없는 계약이니까 적어도 내가 크게 잘못하면 잘리지 않는다는 소리지. 그러면 더 경쟁률이 치열 해질 테고 못해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지원했을 거란 생각. 그래서 떨어졌겠다.
이제 조금 불안해진다. 작년엔 쉰다는 핑계와 공부한다는 핑계로 그렇게까지 불안하지는 않았다. 이제 새해가 밝았고 곧 이사도 가야 하고 언제까지도 엄마 건강보험에 얹혀있을 수 없으니 다시 떨어져 나와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4대 보험을 지원해 주는 이 포지션이 딱 좋은 기회였는데 이번 기회는 면접장에 가보지도 못하고, 수요일에 왔던 기회는 기회인 줄도 모르고 허무하게 날려버렸네? 적어도 대답이라도 잘했다면 스스로 부끄럽지는 않을 텐데 이거는 이불킥감이라 내가 너무 한심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나마 지금 하는 알바도 내가 사무직을 했기 때문에 구할 수 있는 알바라는 사실. 내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걸까. 내가 가고자 하는 쪽 능력은 1도 없는데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큰일이다. 이러다 갑자기 우울의 수렁으로 떨어지면 죽도 밥도 안되는데. 하나 긍정적으로 생각할만한 건, 면접에서 떨어져서 근무를 안 하게 됐으니 적어도 델프 시험 볼 때 근무를 안 하고 있어서 마음 편하게 시험 보러 갈 수 있겠다는 것. 보통 궁은 주말에도 근무를 하기 때문에 만약 합격해도 시험 보러 못 갈 수도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야호, 젠장. 이렇게 된 이상 델프시험은 기필코 잘 봐야겠다.
그리고 에어비앤비 체험 낸 것도 너무 결과가 안 나온다. 너무 오래 걸려. 너희들 뭐 하냐고. 그런데다 붙으면 다행인데 떨어지면 최악이다. 이게 붙어야 뭐라도 시도를 해볼 텐데 말이다.
일단 오늘 저녁에 당장 서울시 몇몇 구청 채용공고도 싹 봐야지. 두 군데에 서류를 내놓고 마치 될 것처럼 착각하고 있었던 곳에서 오는 기쁨과 설연휴로 인해 잠깐 정신줄을 놓은 모양이다.
나는 초보로서, 무경력자로서 시작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