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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Mar 11. 2024

독립 2년 차, 2022년의 크리스마스 (하)

산타할아버지가 주실 선물을 받기(?) 위해 양말 꿰매기

<독립 2년 차, 2022년의 크리스마스 (상) 편>에서 이어집니다.





     크리스마스 당일날, 낮에 자유수영을 다녀오고 공연을 보러 오고 나니 밤 10시다. 내일은 월요일이라 출근해야 돼서 일찍 누워볼까 싶어서 컴퓨터도 끄고 이도 닦고 침실에 들어왔다. 그런데 화장대 위에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얼마 전부터 계속 바느질해야지 하고 놔뒀던 구멍 난 겨울양말 두 켤레였다.


     다른 날도 아닌 크리스마스 당일 저녁, 눈에 띈 양말을 보고 나니 오늘은 기필코 이 양말의 구멍을 꿰매어야겠단 생각이 퍼뜩 듬과 동시에 바느질에 대한 의지가 솟구쳤다. 크리스마스엔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으려고 양말을 걸어두잖아?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을 나이는 진작에 지났지만 마음 한편 어디에선가 잃어버린 동심이 뽀글뽀글 솟아오르고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평소보다 침실에 빨리 들어와서 잠들기까지 시간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반짇고리를 꺼내 화장대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크리스마스날 저녁, 구멍 뚫린 양말을 꿰맸다. 산타할아버지 오기 전에 꼬맸어야 했는데. (2022.12)


     바느질 작업을 앞두고 요즘 유튜브로 즐겨 듣고 있는 배경음악을 틀었다. 썸네일 이미지는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가게 풍경으로, 장작 타는 소리와 크리스마스 캐럴이 재즈버전으로 울려 퍼지는 영상이다. 이건 마치 공부하기 전에 엠씨스퀘어를 틀어놓는 것과 비슷하다. 혹시 엠씨스퀘어를 아시나요? 그렇다면 찌찌뽕. 저랑 동년배시군요.


    타닥타닥 벽난로 타는 소리와 재즈 선율을 듣고 있자니 벽난로 앞 소파나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느낌이 든다. 현실은 구멍 난 겨울양말 메우는 중이지만 말이다. 내가 오늘 처치해야 할 과제인 양말은 두 켤레로 낱개로 각각 세면 총 4개가 있었다. 한 켤레당 구멍 한 개 정도 났겠지 하고 봤는데 웬걸…


     큰 메인(?) 구멍은 한 개 정도였지만 곧 구멍 나려고 대기 중인 즉 촘촘했던 양말의 천 조직이 해져있는 부분이 몇 군데 더 발견되었다. 이것들을 오늘 메우지 않으면 얼마 가지 않아 백퍼 빵구날 각이다. 그래서 바늘을 든 김에 하는 김에 같이 메꾸기로 했다. 5,10분이면 끝나겠지 했는데 다하고 났더니 30분 정도 시간이 지나 있었다.


      바느질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 홈질 : 가장 기본적인 바느질 방법으로, 위-아래를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하는 바느질
- 시침질 : 홈질과 비슷한데(?) 보통 임시로 하는 방법이라 홈질보다는 간격을 크게 설렁설렁하면 시침질이 된다
- 박음질 : 홈질을 하듯이 한번 넣었다 뺀 뒤에 그다음 바느질을 하는데 처음 구멍에 다시 넣고 뺀 다음에
- 감침질 : 원단 두 겹을 접어서 양 끝단을 왔다 갔다 하면서 가장자리를 들뜨지 않게 하는 것


     가장 기본적인 홈질만을 사용해 구멍을 메꾼다. 손재주는 더럽게 없는 나지만 이 정도는 할 수 있다. 고등학교 가정시간에 퀼트로 파우치를 만드는 과제가 있었다. 문방구에서 일률적인 패턴의 천과 그에 맞게 재료가 모두 들어있는 퀼트 세트가 있었지만 나는 엄마가 직접 시장의 천(광목) 가게에 가서 여러 종류의 천을 따로 사다 주셨다. 수업시간에 배운 여러 바느질 기법도 실제로 응용해 보고 직접 지퍼도 달아서 만든 하나의 작품이었다. 엄마가 사다준 예쁜 천으로 파우치를 만든 덕에 나름 괜찮게 완성되어 지금도 버리지 않고 갖고 있기도 하다.


     크리스마스가 저물어 가는 저녁, 벽난로는 없지만 유튜브로 나무 장작 타는 ASMR을 들으니 눈에 보이지 않는 벽난로가 집안 어디쯤 있겠거니 하고 상상이 된다. 타닥타닥, 장작이 타는 소리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바늘 끝에 집중하게 된다. 바늘귀에 실을 꿰고 매듭을 짓고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고심해서 바늘을 찔러 넣고 이리저리 홈질을 하고 마무리한다. 이런 식으로 발가락 부분에 난 구멍과 곧 구멍이 날 예정인 여러 군데를 메꿨다.


  바느질 다했다!


    꼴랑 양말의 구멍을 메꿨을 뿐이지만 하나의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니 긴 목도리라도 하나 뜬 느낌이다. 여름양말 같으면 구멍 나면 곧바로 버린다. 하지만 겨울양말은 상대적으로 가격도 비싸고 많이 신지도 않았는데 버리려니 아깝기도 해서 막 버리질 못하겠다. 그리고 이 양말의 소재가 발가락 쪽만 구멍이 빨리 나는 편이라 다른 부분은 멀쩡한데 발가락만 구멍 났다고 해서 버리기엔 아깝다.


     이렇게 해서 어드벤트 캘린더 직구를 시작으로 양말 구멍 메꾸기까지 해서 독립 2년 차의 크리스마스가 저물었다. 내년엔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될까?






    내년엔 꼭 10월이나 11월쯤 미리 갖고 싶은 어드벤트 캘린더를 직구해야지. 욕조 목욕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밀키트 말고 뚝딱 요리를 해 먹을 수 있을 만큼 요리 실력이 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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