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니seny Apr 06. 2024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며 부딪히는 난관 : 성조

시끄럽게 느껴지는 중국어의 비밀...!

  외국어는
   그 자체로 장벽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언어에 비해 중국어에서 장벽이 높게 느껴진다. 아무리 간체자라고 해도 여전히 획순이 많은 한자를 글자로 쓴다는 것, 글자마다 높낮이가 제각각인 성조 그리고 워낙 넓은 지역을 커버하려니 다양한 사투리 등 어려움이 여러가지 있다. 그래도 한자는 아예 처음부터 '어렵겠다'라는 생각을 먹고 들어가는데 애초에 우리말에 없는 그래서 뭐가 어려울지도 모를 성조에 대해서는 감이 잘 안 오는 것 같다.


      성조는 크게 4가지로 구분하는데 4가지 성조 외에 성조가 붙지 않는 경성도 존재한다. 먼저 각 성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성 :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음 높이로 높고 평평하게 유지한다. (→)

2성 : 단번에 가장 높은음까지 끌어올린다.(↗)

3성 : 음을 낮은 위치까지 눌렀다가 다시 살짝 끌어올린다.(↘↗)

4성 : 가장 높은음에서 가장 낮은음으로 단숨에 내린다.(↘)

[출처 : 신공략중국어 기초 편, 다락원]


     성조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우리말에는 성조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언어의 뉘앙스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어라고 인식하는 말의 높낮이는 존재한다. 하지만 표준어의 경우 같은 단어라 해도 말의 높낮이로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상도 사투리에서는 같은 단어인데도 높낮이를 다르게 읽으면 의미가 달라진다고 하니 굳이 따지자면 이걸 중국어의 성조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이걸 보면 경상도 사투리에는 성조가 있구나... 싶다.


      중국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일단 중국어는 '시끄럽다'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성조에다 기본적으로 중국 사람들이 목소리도 커서 그런 것 같다. 아무래도 중국인들이 체격이 좋아서 즉 울림통이 커서 그런지 같은 말을 해도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솔직히 아직까지 중국 사회의 공공예절이 덜 발달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의 시선 같은 건 신경 쓰지도 않고 자기 편할 대로 말하기에 유독 더 시끄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중국어가 듣기 좋은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대략 20년 전인 대학생 때, 밤 12시 타임에 라디오를 자주 들었었다. 그때도 인터넷은 있었지만 핸드폰이 아니라 컴퓨터에서만 가능했고 유튜브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신 DMB라고, 핸드폰으로 공중파 텔레비전을 볼 수 있었는데 이것만 해도 엄청난 거였다. 그래서 전통적인 매체인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도 아직까지는 영향력이 있는 편이었고 그래서 밤 시간대 라디오 DJ 라인업도 화려했었다.


       나는 딱히 정해놓고 듣는 라디오는 없었기에 성시경의 푸른 밤이나 유희열의 라천을 돌려가며 들었다. 성시경과 유희열이 동시간대 라디오를 진행하는 시절이라니. 지금은 상상도 못 할 라인업인데 그때는 그게 일상이었다. 쓰고보니 새삼 꽤 좋은 시절을 보냈구나 싶다. 그 유명한 모다대첩도 생방으로 들었던 것 같고. 아무튼 그날그날 코너에 따라 또는 내가 마음에 드는 게스트나 음악이 나오면 그에 맞게 골라 듣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주파수를 이리저리 돌리다 어느 심야 라디오에서 아주 듣기 좋은 중국어가 흘러나오길래 채널을 고정했다. 내 기억이 틀릴 수도 있지만 그 프로그램은 성시경의 푸른 밤이었고 출연자는 중국배우 주걸륜이었다. 내가 그 배우를 주걸륜으로 기억하고 있는 건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봐서 알고 있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어라 하면, 대학교 신입생 시절에 친구 따라서 멋모르고 교양수업으로 기초 중국어도 아닌 초급 중국어(기초 다음단계) 수업을 들었다. 첫 학기라 수업을 drop 한다는 개념도 몰랐고 무조건 친구랑 같이 수업 듣고 싶었고 원래 언어 공부도 관심 있고 좋아하니까 해 볼만할 거 같아서(?) 친구와 함께 수업을 듣고 뭣도 모르는 중국어를 무작정 외워가지고 시험을 봤었다.


     하지만 이미 중국어과 전공생들과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배운 애들 틈 사이에 껴서 장렬하게 C를 받았다. 또르르... 그렇게 잊혀간 중국어인 줄 알았는데...


     주걸륜(혹은 어느 중국배우)은 새로운 영화가 개봉했는지 홍보 차 한국에 왔고 한국에서 인기인 심야 라디오에도 출연한 것이었다. 텔레비전같이 얼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목소리만 흐르는 라디오에서 그것도 외국인이 나와서 인터뷰를 하고 그걸 그대로 방송으로 내보낸다는 게 쉬운 건 아닌 거 같다. 그 배우가 원어로 말하면 그걸 통역해 주고 그 사이에 DJ가 질문도 하는 등 정신이 없기 때문에 사실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거나 그마저도 중국어에 관심이 없다면 딱 안 듣기 좋은 방송이었다.


     그런데 어라? 중국어를 말하는 배우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내가 알고 있는 중국어는 목소리가 걸걸한 사람들이 시끄럽게 대화를 나누는 거의 고성방가 하는 수준으로 대화를 하는 언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게 내가 알고 있는 그 중국어가 맞는지 의문을 가질 만큼 이질적이었다. 물론 이 배우도 성조가 있는 일반인들과 똑같은 중국어를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도 그렇고 전체적인 톤이나 성량 조절에 의해 이렇게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 뒤로 중국어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 한동안 EBS 라디오 어학프로그램의 초급중국어를 들으며 정을 붙이고 2015년엔 몇 개월 간 중국어 학원을 열심히 다녀서 HSK 3급이 너무 쉽게 느껴졌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면서 '드디어 초급은 좀 뗐나?' 싶었지만 자격증 취득 후 학원을 관두고 나니 무용지물이 되었다.


     외국어를 공부할 땐 처음에는 단순히 언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기초단계에서는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충분히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데 단계가 올라갈수록 점점 어려워지면서 포기하려는 마음이 드는 구간이 온다. 이때 마음을 잘 잡지 못하면 실력이 절대 오르지 않는다.


     그럴 때 좋은 것은 역시 덕질이다. 무언가 좋아하거나 관심 가는 대상이 있으면 된다. 요즘은 다 번역이 되고 통역이 되는 대상이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으면 너무너무 기분이 좋다. 그 분야에 대한 나의 세계를 넓어지게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면 그게 뭐든 상관없다. 물론 연애를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어떤 사람을 만나고 보니 좋았는데 그 사람이 영어를 쓰는 거랑 무조건 영어 쓰는 사람을 만나야지 하는 거랑은 좀 다른 문제 같기도.


     그래서 책도 좋고, 작가도 좋고, 가수도 좋고, 노래도 좋으니 뭔가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사람을 만들면 외국어를 공부하는 데 좋은 동력이 된다. 나의 경우 영어는 해리포터를 좋아해서, 일본어는 우타다 히카루를 좋아해서 기초 단계를 넘어 중급까지는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데 중국어는 아직까지도 그런 대상이 없어서 계속 정체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대상이 있어야 저 사람(소설, 노래...)이 하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싶어,라는 마음이 공부에 불을 지피기도 하니까.


      성조 때문에 여전히 어려운 중국어다. 하지만 중국어가 시끄럽기만 한 언어는 아니라는 편견을 스스로 깨고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어서 좋다. 중국어를 더 좋아할 만한, 오래 지속할 만한 무언가를 찾는 것이 나에게 남겨진 숙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어라는 고유한 언어를 가진 것의 장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