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한 명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
최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기초학력 전담교사 배치’ 방안은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조치다. 2023년 발표된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2023~2027)’은 모든 학생에게 교육의 기초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적 약속이었다.
여기에 더해 고등학교에서는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가 의무화되고, 이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미이수 처리까지 가능하도록 고교학점제 제도가 고도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다. 기초학력은 더 이상 개인 책임이 아닌 사회 공동 책임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기초학력 미달은 학습 부진뿐 아니라 학교 부적응, 자존감 저하, 진로 결정의 한계, 나아가 생애 전반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의 출발점인 초·중등학교에서 반드시 선제적으로 다뤄야 할 핵심 과제다.
하지만, 정책적 선의와 달리 “기초학력 전담교사”만으로 이 거대한 과제를 책임지게 하는 것은 무리다. 기초학력 보장은 한 명의 전담교사가 아닌, 교육 시스템 전체가 작동해야 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관점에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현재 대부분의 전담교사는 일반 교사 중에서 일부를 위탁 연수나 단기 교육으로 양성해 채용하는 방식이다. 난독, 수리기초, 학습전략, 정서행동 중재 등 기초학력 미달의 복합적 원인을 다룰 수 있는 전문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교육대학, 사범대학, 교육청 연수원 등이 연계된 ‘기초학력 전담교사 인증제’ 도입이 필요하다. 기본 자격 이수 이후에는 현장 임상 수련과 지속적인 역량 강화 연수가 이어져야 하며, 교직 내 하나의 전문영역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자격·운영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자격증 제도를 신설하는 차원을 넘어,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교원 양성 패러다임의 전환이기도 하다.
기초학력 전담교사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해당 학생의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와의 협업이 필수다. 협력수업, 개별 보정 수업, 방과후 집중지도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될 수 있으나, 이를 학교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하지 않으면 역할 중복, 사각지대 발생, 성과 미비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학습보장을 위한 계획 수립, 진단, 지도 내용, 평가 결과 등이 분절적으로 관리될 경우, 학생 지원이 오히려 느슨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특수교육에서의 개별화교육계획처럼, 학습보장을 위한 표준 운영계획을 전담교사, 담임교사, 교과교사 간 공동으로 수립·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하나의 계획, 하나의 평가, 공동의 공유를 원칙으로 삼아, 학교 내에서 기초학력 지원이 협력적으로 움직이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기초학력 미달의 원인은 단순한 공부 부족에만 있지 않다. 경계성 지능, 정서적 불안, 가정의 어려움, 난독증 등 다양한 요인이 학습결손과 중첩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지식 지도만 반복하는 접근은 효과가 없다.
기초학력 보장은 결국 학생맞춤통합지원과 함께 설계돼야 한다.
예컨대, 두드림학교, 학습종합클리닉센터, Wee클래스, 학교사회복지사, 정신건강센터 등 지역과 연계된 지원체계와 기초학력 지원계획이 통합된 ‘사례관리형 지원체계’로 작동해야 한다.
학교는 단지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과 삶 전반을 연결하고 조정하는 거버넌스 허브가 되어야 하며, 전담교사는 그중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실행자이자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기초학력 전담교사는 분명히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단독으로 충분하지 않다. 기초학력은 학생의 권리이며, 학교가 지켜야 할 최후의 교육안전망이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려면, 단지 사람을 늘리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전담교사의 전문성, 학교 내 협력 구조, 외부 통합지원 연계, 공정한 인력 배치, 복합성과 효과를 고려한 평가체계로 이어지는 ‘교육시스템 전체의 작동’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설계하고 책임지는 것은, 개별 교사 개인이 아니라 국가의 책무다.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는 그 시작일 뿐이다.
이제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2025. 10. 28.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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