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죽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고(故) 김동욱 특수교사의 1주기 추모공간을 찾았다. 밝고 건강했던 영정 사진 속 고인을 마주하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곳에 ‘미안합니다’, ‘그곳에서는 꼭 행복하시길’이라는 포스트잇을 남기며 한참 동안 마음을 붙들고 서 있었다. 그 순간, 행정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교육 시스템 안에서 무언가 더 할 수 있었던 건 아닌지 깊은 아쉬움이 밀려왔다.
이번 안타까운 죽음을 두고도 일부는 그 의미를 축소하거나 제도적 판단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극의 본질보다 절차를 앞세우는 시선은 무겁고 안타깝다. 이는 단순히 한 교사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외면해온, 교사들의 고통과 구조적 문제를 향한 우리 사회의 냉소가 응축된 상징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소리 없는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자살률은 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 세계 최고 수준이고, 그 안에는 고립되고 소진된 개인들이 있다. 그러나 사회는 이 죽음을 능력 부족, 정신적 취약성,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한다.
이런 죽음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실패한 자에게 회복할 기회를 주지 않고, 고립된 이에게 손을 내밀지 않으며, 고통을 외치는 목소리를 불편하다고 외면한 결과다. 특히 교사라는 직업은, 책임과 헌신이 당연시되면서도 그 심리적 고통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 속에 놓여 있다.
특수교육 현장은 말 그대로 ‘특수한 헌신’이 필요한 자리다. 교사 한 명이 중증 장애 학생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 그 안에서 겪는 정서적 고립과 반복되는 소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수교육은 개인의 열정과 사명감만으로 유지되어서는 안 되며, 그 무게는 공동체가 나눠야 할 책임이다.
고 김동욱 교사는 특수학생에 대한 책임감, 동료 교사를 배려하는 마음, 교육자로서의 사명감 속에서 위기와 고립을 겪었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했던 그가, 끝내 목소리를 낼 곳 없는 고요한 절벽 앞에서 홀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우리는 이 죽음을 단지 “안타까운 개인사”로 흘려보내선 안 된다. 그것은 곧, 교육현장에서 고통받는 수많은 교사들의 신호를 또 한 번 묵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외로움과 책임의 무게에 짓눌려 교실에 들어서고 있다.
교육 행정은 책임의 고리 속에 있고, 정책은 안전망이자 생명선이 되어야 한다. 위기교사를 조기에 발굴하고, 회복과 재기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며, 교사도 누군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사회가 인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죽음 이후에만 추모하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동안 손을 내밀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하다.
학교는 단지 교육을 받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일터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성장의 터전이다. 학교는 ‘머물고 싶은 공간’이어야 한다. 오고 싶고, 함께하고 싶고, 안전하고 편안한 곳. 그래야 교사도 학생도 행복할 수 있다.
아침 등교길, 나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정성껏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괜찮다, 너는 환영받는 존재다”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모든 교사가 그런 마음으로 학교를 지키고 있다. 그런 교사들이 더는 외롭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보호막이 되어주어야 한다.
다시는 교사의 죽음이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명백히 사회적 죽음이며, 우리가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고인을 추모하며 느낀 미안함을 행동으로 바꾸자. 교육 정책을 다시 설계하고, 심리적·제도적 안전망을 보완하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면, 더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학생뿐만 아니라, 학생을 지키려 했던 그 교사의 삶 또한 소중했음을 기억하자.
2025. 10. 24. (금)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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