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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교실, 이제는 학생맞춤통합으로 응답할 때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함께 대응하는 ‘작동하는 학교 시스템’이 절실하다

혼자가 된 교실, 교사의 어려움은 곧 학교의 위기다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마주하는 위기는 갑작스럽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종종 한 학생의 반복된 수업 불참, 잦은 또래 갈등, 학부모의 예민한 대응에서 시작된다. 담임교사는 어느 순간 학생지도와 학부모 소통 사이에서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되고, 그 사이 교실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과거엔 교사의 권위와 학급문화로 수습되던 문제가 이제는 학부모의 교육관, 학생의 정서 상태, 교사의 심리적 피로까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쉽게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번져간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위기가 ‘한 아이의 문제’로 시작해 교사와 학부모의 불신으로 번지고, 학급 전체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이때 교사가 혼자 끌어안고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은 교실을 더 고립시키고, 결국 학교폭력, 민원, 행정적 갈등으로 연결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학생맞춤통합지원, 즉 학마통의 필요성이 시작된다.


학마통의 핵심은 '빠른 연결'과 '공동 대응'이다

학마통은 단순한 ‘복합지원체계’가 아니다. 학마통의 본질은 위험요소를 빠르게 감지하고, 교내·외 다양한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함께 해결책을 찾는 예방 중심의 안전망이다. 담임교사가 느낀 작은 이상 징후가 보건실, 상담실, 돌봄교실, 교육복지사에게 전달되고, 사례회의를 통해 객관적 정보를 토대로 ‘공동의 개입 계획’이 세워진다. 이 과정을 통해 더는 교사는 혼자가 아니며, 학부모와의 대화도 교사의 개인적인 설득이 아닌 팀 기반의 안내로 전환된다.

예를 들어, 상담교사 또는 전문상담사의 중재를 통해 학부모와의 첫 접점에서 감정의 충돌을 줄이고, 필요 시 외부 기관의 진단 자료나 치료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객관성과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역할이 나뉘고 협력이 매끄러워지면, 문제 해결의 속도는 빨라지고 실효성은 높아지며, 교사는 비로소 ‘버티는 사람’이 아닌 ‘함께하는 팀원’이 된다.


심리·복지·건강, 연결될 때 비로소 실효를 가진다

학마통은 단지 심리 상담에 국한되지 않는다. 학교에서 마주하는 학생의 위기에는 다양한 얼굴이 있다. 정서불안과 학습부진, 또래관계 어려움, 경제적 결핍, 가정 내 양육 갈등, 건강 이상 등은 서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체험활동 참여를 꺼리는 학생의 배경에 급식비 지원 누락이나 부모의 부재가 놓여 있는 경우도 있고, 산만한 수업태도의 이면에 발달지체나 건강 문제가 숨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복합적 상황에서 학마통은 개별 영역의 전문가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의 전략을 세우는 구조다. 보건 교사는 건강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특수교사는 느린 학습자를 위한 맞춤 전략을 제시하며, 교육복지사는 체험활동이나 물품 지원을 통해 가정의 부담을 완화시킨다. 학부모 역시 학교가 자녀의 문제를 '탓'하거나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전문가가 함께 해결하려는 모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게 된다.


학마통의 성공, 문서가 아니라 작동하는 시스템에 달려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학교는 ‘학마통’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이름이 적힌 공문이 내려왔다고 해서 곧장 효과적인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는 상담·보건·복지·특수교사의 정보가 단절돼 있고, 사례회의는 형식적이며, 외부 기관과의 연계는 교사의 수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시스템은 설계되었지만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학마통의 실질적 안착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수다.
첫째, 역할분담이 명확해야 한다. 누가 위험신호를 포착하고, 누가 사례회의를 주관하며, 누가 학부모와의 소통을 담당할지에 대한 내부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교육청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 학교마다 각기 다른 운영방식은 오히려 혼선을 유발한다. 표준화된 의뢰서, 기록 양식, 연계 기관 DB 제공, 정기 연수와 워크숍을 통해 ‘같은 언어, 같은 절차’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교사와 관련 교직원에게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학마통은 사실상 ‘신설 업무’에 가깝다. 상담·복지·사례회의 등의 추가 업무가 반복되는데도 별도의 업무 인정 없이 진행된다면, 이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연수시간 인정, 협력 가산점, 수당 등 가시적인 동기부여 체계가 필요하다.


함께할 때 가능한 변화, 함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변화

학생의 작은 위기를 학교 전체가 감지하고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 그것이 바로 학마통이다. 상담실에서 보건실로, 담임교사에서 복지사로, 학교 안에서 지역사회로 이어지는 촘촘한 연결망이 존재할 때, 한 명의 아이는 낙오자가 아닌 회복의 주체가 된다. 교사 역시 책임의 무게에서 벗어나 정서적 안정과 동료성과 지지를 경험하게 된다. 학부모는 학교가 혼자 판단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에 신뢰를 갖는다. 이 모든 선순환의 출발점은 학마통이 문서가 아닌 ‘문화’로 자리 잡는 것에 있다.


사후 대응이 아닌 ‘선제적 대응의 철학’을 심어야

교육은 결국 ‘한 아이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한 명의 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구조를 이제는 멈춰야 한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학교의 위기를 사전에 막고, 이미 시작된 문제를 확산 없이 수습하며, 학교 구성원 간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효적인 대안이다.

이제 우리는 공문으로만 존재하는 학마통을 넘어, 실제 작동하는 협력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청과 학교, 교직원 모두가 역할을 재정의하고, 자원을 재배치하며, 관계를 재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단순히 ‘이름 붙이기’를 넘어서, 학교가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진짜 교육개혁이다.


2025. 10. 23.(목)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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