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중심을 다시 세워야 할 때
6년 만에 학교로 돌아왔다. 그리웠던 교정은 생각보다 훨씬 낯설었다. 교사들은 지쳐 있었고, 교직원 간의 대화는 조심스러웠다. 행정은 늘어났고, 민원은 날카로워졌다. 학교는 교권 침해와 학부모 민원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속에서도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학교가 여전히 존재하고는 있지만, 그 안의 ‘공동체’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교육에도 ‘안전의 법칙’이 있다. 큰 사고는 언제나 작은 이상 징후를 여러 번 놓친 뒤에 일어난다. 수십 번의 경고음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괜찮겠지” 하며 넘긴 결과가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학교도 다르지 않다. 지금의 교육 현장은 이미 수많은 균열을 보이고 있다. 교권 침해, 교직 갈등, 예산 부족, 늘어나는 행정, 끊이지 않는 민원… 모두가 크고 작은 신호다. 그러나 이 신호를 무시한 채 버티기만 한다면, 언젠가 교육의 댐은 무너질 것이다. 그 균열을 메우는 일은 지금, 바로 현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교육청에서 일하던 시절에는 잘 보이지 않던 것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니 너무도 선명하게 보인다. 학교는 수많은 보고와 평가 속에 존재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지원’은 멀어져 있다. 작은 예산 하나를 확보하기 위해 수차례 문서를 작성하고, 부서를 오가며 설득해야 한다. 학교의 행정은 지원이 아니라 절차로 변했고, 교사는 아이보다 문서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속에서 학교의 자율성과 창의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학교는 행정의 하위 기관이 아니라, 교육의 중심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구조는 교사를 관리 대상으로, 학교를 평가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
교육은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은 정치의 중심에 서 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의 색으로 나뉘고, 정책은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고착된다. 공약은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와 교육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은 아무리 선의로 만들어져도 결국 교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교육감은 특정 세력의 대표가 아니라, 모든 학생·학부모·교직원의 대표다. 교육은 진영의 언어로 나뉘는 순간, 본질을 잃는다. 교육의 본질은 ‘누가 맞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묻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예산은 교육의 철학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그러나 지금의 예산 구조는 위에서 정하고, 아래에서 맞춰 쓰는 방식이다. 학교는 정해진 틀 안에서 쪼개어 쓰며, 현장의 필요보다는 형식을 채운다. 학교의 자율은 제한적이고, 책임은 일방적으로 주어진다. 진정한 자율은 ‘책임질 수 있는 자유’에서 온다. 현장의 교사와 학교가 직접 예산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교육이 살아 숨 쉴 수 있다. 예산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방향’을 드러내는 철학의 문제다.
지금의 학교는 ‘올해만 버티자’는 말 속에서 하루하루를 이어간다. 1년짜리 정책이 쏟아지고, 단기 성과에 맞춰 학교는 계속 방향을 바꾼다. 그러나 교육은 단기 사업으로 이룰 수 없다.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교육의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아이들의 배움이 행정의 효율보다 앞서야 하고, 교사의 수업이 보고서보다 소중해야 한다. 교육의 중심은 아이이고, 그 아이 곁에 서 있는 교사이며, 학교를 믿어주는 학부모다. 교사가 교사로서 존중받고, 학생이 학생답게 배우며, 학부모가 학교를 신뢰할 수 있을 때, 그곳이 바로 교육의 출발점이다.
소통은 구호가 아니라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인맥과 관행이 아니라, 공식적이고 투명한 채널을 통해 교육청과 학교가 협력해야 한다. 교육은 정치보다 오래가고, 정책보다 깊게 남는다. 화려한 슬로건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진심 어린 실천이 교육을 지탱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학교의 자율을 존중하며, 교사의 마음이 살아 있는 교육 행정을 만드는 일—그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진짜 교육개혁이다. 학교는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교육은 아직 가능성을 잃지 않았다. 그 희망은 다시 교실에서, 사람 사이의 신뢰 속에서 시작된다.
2025. 11.10.(월)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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