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비즈니스에 무역회사 같은 중개인이 꼭 필요한 이유
대형 딜을 핸들링하는 종합상사도 그 고유의 역할이 있지만, 작은 무역회사도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 있다.
해외에 있는 바이어/메이커와 온라인 소통이 너무나도 쉬워지고, 웬만한 기업은 영어와 현지어가 가능한 직원을 두는 게 일상인 세상이지만. 심지어 온라인 B2B 커머스도 발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어는 “내가 이렇게 시장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꾸준히 구매해주고 있는데 나한테 더 잘해줘야 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하고, 메이커는 “가격을 이렇게나 낮춰서 주고 있는데 어떻게 지금보다 더 잘해달라는 거지?” 또는 “다른 바이어 보다 더 많이 사가는 것도 아닌데 여기는 왜 이렇게 바라는 게 많지?”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다들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는 좋게 이야기한다. 모든 게 아름답고 순조로울 땐 무역회사나 종합상사의 역할이 중요한지도 잘 모르겠고 괜히 수수료가 아깝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감정이 터지는 시점이 한 번씩 온다. 시장이 언제나 좋기만 하진 않으니까. 새로운 경쟁자는 시시때때로 시장에 참여하고, 모조품이 시장에 나돌며 가격을 교란시키고, 누군가가 퍼트린 헛소문으로 돌연 난감해질 수도 있다.
그러면 어느 순간 대화에 감정이 실리기 시작한다. 서운함, 분노, 불신.. 그리고 투정의 탈을 쓴 협박도 심심치 않게 튀어나온다.
그걸 중간에서 감정은 중화시키고 핵심이 되는 문의사항과 요청사항을 처리하여 서로 다시 기분 좋게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개인의 역할이다. 단지 언어가 통한다는 이유만으로 메이커와 바이어가 직접 소통을 하게 되면 결국 “네가 잘했니 내가 잘했니“가 되어버리기 쉽다.
바이어가 어떻게 생각하든, 메이커는 메이커 나름대로 자부심이 넘친다. “다른 시장/바이어는 문제없는데? 그럼 너의 관리/영업에 문제가 있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고, 바이어는 바이어대로 “꼬박꼬박 최소 주문량 맞춰서 주문하느라 재고는 늘고, 환율/원가 변동에 따른 손해는 다 내가 보고 있는데, 이거 조금 도와주는 게 어려워?”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10년 20년 관계를 이어왔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한 번씩 감정적으로 소통하다 보면 그 관계는 겉으로는 좋아 보일지 몰라도 풍파를 견뎌낼 만큼 단단하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물론 이 외에도 리스크 분산과 같은 중요한 역할이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은 종종 간과되는 것 같다.
언어가 통한다고 말이 통하는 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