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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 Nov 23. 2020

버리기

안 쓰는 것은 모두 버리자

쉽지 않은 물건 정리... 

오래 안 쓴 물건들을 버린다. 버리기에는 아쉬운 물건들을 중고장터에서 판다. 처음 해보는 일인데 그것도 재미있다.

온라인 사이트안 쓰는 물건을 올리고 구매를 원하는 사람으로부터 채팅을 받고 만날 장소를 정하고 물건을 전달하고 물건값을 받는다. 내가 아끼던 물건을 잘 써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돌아선다.


집안 구석 어딘가에 처박혀있던 물건들, 꺼내고 보니 무엇이 그리도 많은지... 하나하나 추억이 담긴 물건임에는 틀림없지만 이제 추억에 젖는 일 따위는 그만두어야겠다. 내가 가진 물건, 반 이상 버리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일이지만 쉽지 않다. 힘에도 부치고 꼭 버려야 할까 또다시 생각하느라 쉬엄쉬엄 하고 있다.


'버리기'는 물건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전화번호부가 무겁다. 다시는 통화하고 싶지 않은 인간들을 차단한다. 카톡 리스트에서도 지워버리니 SNS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좋은 사람들과 놀기에도 인생은 참으로 짧은데 썩어빠진 생각들로 해골을 채우고 사는 쓰레기들에게 시간을 내주기는 아깝다.

겉과 속이 다른 가면 쓴 인간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인간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강자에게 빌붙어 평생을 사는 인간들.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며 여기서 이 말하고 저기 가서는 또 다르게 말하는 인간들...  삶에 자신 없는 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행태이다.

인간관계에서 버려야 할 들은 정말 너무 많다. 런 인간들의 속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왜 아직까지 가까이 두고 있었던 건지. 그러니까 사람을 만날 때는 근본을 먼저 따지게 되는 거다. 집안이 어떤지 교육 수준은 어떤지... AS나 중고장터 판매도 안 되는, 물건만도 못한 인간들을 이제라도 깨닫고 버리게 되어 참 다행한 일이다.


라인에 쓰인 글을 읽다 보면 그 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글이 가끔 있다. 글에서도 사람의 인격이 나타나는 것이다. 아무리 숨긴다 해도 숨겨지지 않는 그 무엇이 느껴진다. 그렇게 맺어진 친구들이 좀 있다.

자기 일처럼 슬픈 일은 같이 슬퍼해주고 기쁜 일은 같이 기뻐해 주는 친구들...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떠난 자리에 그들이 자리한다. 그러나 너무 많이 만들지는 말아야겠다.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훨씬 적은 내게 버리는 행위는 꼭 필요한 것이라 여겨진다.

물건도 사람도, 언젠가는 찾아올 이별의 준비를 미리미리 해두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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