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쉬운 카카오의 AI
카카오가 조용히 선보인 AI 메신저 ‘카나나(Kanana)’, 베타 서비스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하지만 여전히 "카나나가 뭐야?"라는 반응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나 역시 호기심 반으로 체험해 보았고 사용 후기를 전해보려 한다.
카나나는 '가장 나다운 AI'를 의미하며, 개인의 맥락과 감정을 고려한 초개인화 AI 서비스를 지향합니다. 이는 카카오(Kakao), 네이티브(Native), 내추럴(Natural) 등의 단어를 조합해 만든 이름입니다. 카나나는 개인을 위한 '나나'와 단체를 위한 '카나'로 구성됩니다.
(출처 : 카카오 https://www.kakaocorp.com/page/detail/11545 )
즉, 카카오의 AI 서비스로서 현재 CBT(Closed Beta Test)를 진행 중이다.
*CBT란? 소프트웨어나 앱, 게임 등을 정식 출시하기 전, 제한된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 기능 및 안정성을 실험
카카오톡과 동일하게 개인, 그룹방이 있는데 다른 점은 개인, 그룹 메이트인 나나와 카나가 있다. 메신저에서 나눈 대화들을 요약해 주거나 모임 일정 및 장소 정하는 것을 도와준다.
우선 가입 시 크게 입력할 정보가 없어서 가입 프로세스는 매우 간편한 편이다.
가입 Flow : 프로필 설정 > 카나나 ID (카카오 ID와 동일) > 카나나 캐릭터 및 이름 설정 > 가입 완료
함께할 캐릭터와 캐릭터의 이름을 직접 설정하여 정서적 거리를 좁히고 있으며 설정 후 가장 민감한 데이터처리에 관한 페이지 안내로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가입 후 앱 권한 모달이 뜬다. 항상 앱 권한 모달을 보면서 든 생각은 필수가 아닌 선택인데 꼭 필수처럼 앱 권한을 설정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기분의 원인은 워딩 때문일 것 같은데 동의 관련 UX에 관해서는 이번 주 업데이트 예정이니 그때 자세히 다뤄보자.
아무튼 메인은 아주 심플하다. 상단에는 내 메이트가 있고 그룹방 만들기 버튼들이 있다. 초대한 친구가 없으면 카톡, 링크, ID로 추가할 수 있다. 초반 유입보다는 그룹 단위 사용 전환에 초점을 맞춰 둔 것 같다.
대화창의 경우 GPT에 캐릭터가 붙은 것 같다. 자신의 소개를 하면서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가이드도 함께 안내해 주기 때문에 사용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내 메이트의 대화지침을 설정할 수 있는데 굳이 직접 입력을 하지 않아도 대화 스타일이 다양했다. 또한 대화 스타일 예시도 함께 보여줘서 선택한다면 어떤 말투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겠다는 걸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 추가적으로 대부분 요즘 앱에서 취소/완료 UI의 버튼 크기가 다르게 디자인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카나나에게 말을 걸어봤다. 어떤 말을 걸어야 할지 몰라도 채팅창을 클릭하면 대화내용을 추천해 준다. 추천해 준 대화내용 중 AI기술 관련 뉴스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관련해서 추가적인 프롬프트를 자동으로 만들어줘서 편리했다.
프롬프트에 따라서 대답의 퀄리티가 달라지는데 큰 주제만 던지면 세부 내용은 알아서 추가해 주는 것이 배려받는다고 느껴졌다. 또한 대화방에서 알림을 등록하게 되면 시간에 맞춰서 알림을 보내준다.
UX 측면에서는 프롬프트 자동 확장, 정서적 교감 등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곳곳에 느껴지지만 GPT 기반과의 차별성은 아직 뚜렷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단체 채팅방에서는 카나나를 더 다채롭게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던 기능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요약/정리, 태그, 메모 기능까지 기존 카톡 단톡방의 불편함을 보완하고 '나에게만 보이는 내용’ 기능은 업무 채팅에 특히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캐릭터 말투 설정에 따라 의도치 않게 불쾌한 경험도 발생했다. (예: ‘조장’ 말투) 혼나는 기분이 들었달까... 아무래도 대화 기반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다 보니 말투는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아쉽게도 초대를 보내도 다운로드하는 사람들은 전부 IT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뿐이었다.
대부분 지인들의 반응은 카카오가 우려한 대로
'카카오가 있는데 굳이 왜'
'대화 요약은 그냥 검색하거나 태그 쓰면 되는데?'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지금까지 사용해 본 입장으로서 카나나는 혼자서 사용할 경우 예전 심심이처럼 단순한 챗봇 기능에 머물 것 같다. 그룹방에서 진가를 발휘하는데 그룹을 구성하고 초대하는 진입장벽이 존재하며 그 과정에서 바로 앱 삭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한다.
카나나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이용자를 모으고 활성화시키는 것일 것 같은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AI 메신저가 아니라 AI로 인해 대화가 더 좋아진다는 체감이 들었으면 좋겠다.
카나나를 쓰며 문득 든 생각은, 이제는 단순 챗봇을 넘는 사용자 경험에 대한 고민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경험을 설계하는 매체가 되어야 한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관심사는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AI를 통해 '어떤 새로운 경험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해 온 기존 인터페이스, 버튼 중심의 구조조차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지금은 틀을 깨는 사고와 더 섬세하고 디테일한 사용자 경험이 설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는 개인화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매끄럽게 연결해 주는 도구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사용자 경험이 있어야 하며 앞으로 나는 사용자와 기술을 연결하는 커넥터가 되어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