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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층비

단편적 정보의 시대에 필요한 사고의 균형 감각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요즘 사람들의 말과 글을 듣다 보면, 논리의 결이 얕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주장은 넘치지만, 근거는 희박하고, 결론은 빠르다.


표현은 화려하지만, 그 밑을 바치는 구조가 허술하다. 이는 단순히 말재주나 문장력의 문제가 아니라 "논리적 층비"의 문제다.


논리적 층비란 사고의 구조에서 상위와 하위 개념, 즉 사실•해석•판단•가치가 적절한 비율로 맞물려 있는 상태를 뜻한다. 말하자면 생각의 골격이 균형 있게 세워진 비율이다.


논리에는 층이 있다. 가장 아래에는 사실이 자리 잡고, 그 위로 해석이 올라가며, 판단이 이를 이어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치와 결론이 놓인다. 좋은 글이나 설득력 있는 말은 이 층들이 단단하게 연결돼 있다.


반대로 논리적 층비가 무너지면, 주장은 근거 없이 공중에 뜨고, 감정은 논리를 밀어내며, 글의 무게 중심은 흐트러진다.


오늘날 정보의 속도는 이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 SNS에서는 사실이 충분히 확인되기도 전에 해석과 결론이 순식간에 확산된다.


한 장의 사진, 한 줄의 문장으로 사람들은 판단하고 분노한다. 그러나 그 감정적 반응은 대부분 논리적 층비가 결여된 상태에서 일어난다.


속도가 사고의 깊이를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우리는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 논리적 층비를 세운다는 것은 단순히 이성적으로 사고하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사유의 구조"를 존중하자는 뜻이다. 즉, 생각이 자라날 때의 순서를 지키자는 것이다.


근거가 충분히 다져진 뒤에 해석을 시도하고, 판단은 맥락 속에서 내려야 하며, 결론은 감정보다 한 박자 늦게 등장해야 한다.


이런 균형이 잡힐 때, 글과 말은 설득력을 갖추고, 사회적 대화는 성숙해진다. 우리는 지금 "즉단의 시대"를 살고 있다.


판단이 빠른 사회일수록 오히려 논리의 층비가 필요하다. 사실을 쌓고, 그 위에 해석을 놓고, 마지막에 가치를 얻는 일.


이 단순한 순서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사고는 훨씬 깊어지고, 사회적 대화는 한결 건강해질 것이다.


생각에도 구조가 있다. 그 구조를 세우는 일이 바로 "논리적 층비"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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