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암흑기, 어떻게 해야 할까

살며 생각하며

총선에서 여권이 참패한 것을 두고 "윤석열, 한동훈 간 책임 소재를 놓고 정치 패널들이 입씨름하는 걸 보면서 호사가들의 입담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총선 참패의 일등 공신이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 것 같은데 말이다. 이번 총선은 마주 보고 달리는 윤 vs 한 고속 열차에 지지자들이 탑승했다가 팽 당한 꼴이 돼 버린 것 같다.

야권 대표들이 사법 리스크의 높은 장벽 안에 갇혀 있는 상황임에도 정권 심판론이 얼마나 강했으면 그것마저 넘겨 버렸을까 싶다. 선거와 무관하게 "내 할 일을 하겠다"는 뚝심은 정무적 판단 부재로 인해 불통과 옹고집으로 변질돼 버린 것 같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시작한 윤석열 정부가 2년 동안 거대 야당에 발목 잡혀서 자신이 구상한 정책을 한 번도 제대로 펼치지 못했는데 이번에 더 큰 장벽에 가로막혀 남은 임기동안 어떻게 대응할지 많이 우려된다. 우리 정치의 암흑기 휘슬을 울리는 것 같다.

총선 참패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도 수박 겉핥기식 같아 지켜보는 국민 눈에는 진정성이 없는 것 같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 이제는 언론마저 등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비대위원장 공석이 된 국민의힘이 곧 당 대표 선출 절차를 밟게 될 것 같다. 이번에는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서라도 친윤이 아닌 비윤 쪽에서 -당원의 의사가 반영된- 대표가 선출됐으면 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벌써부터 일부 의원 이름이 거론되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대통령이 옹고집 피우면서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자칫 당내 의원들의 등 돌림 현상이 빠르게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싶다.

야권의 대승으로 "이재명, 조국 두 대표의 사법리스크 허들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마저 세간에 나돌고 있다. 사법부가 정치권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우리네 현실인 걸 어쩔까 싶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특검법 추진 등 야권의 집요한 압박으로 인해 우리 정치가 지난번 보다 더 큰 격랑에 휩싸일 것 같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윤 대통령 탄핵 보다 도중에 자진 하야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든다. 어쩌다 자신이 구상한 정책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상황을 맞게 되는지 많이 안타깝다.

향후 여야 대치의 심화로 국민이 겪게 될 손실과 고통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윤 대통령은 김한길, 변양균 같은 구시대적 인사들에 의존하기보다 역량 있는 참모진을 새롭게 구축했으면 한다.

아울러 영웅적이고 위대한 대통령을 꿈꾸기보다 "평범함 속에 위대함이 있다"는 진리를 생각해 보길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