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단단하게 하는 시간
마음은 우주의 중심인
하나의 점과 같고,
마음의 다양한 상태는 이 점에 찾아와
잠시, 혹은 길게 머무는 방문객과 같다.
그들은 그대가 자신들을 따르도록 유혹하기 위해
생생한 그림을 보여주고
매혹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그것들에 익숙해지되,
그대의 의자는 내주지 말라.
의자는 그것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대가 의자를 계속 지키고 앉아
각각의 방문객이 올 때마다 반갑게 맞이하고
알아차림 속에 흔들림이 없으면,
그대의 마음은 평화로워질 것이다.
태국의 아잔차 스님의 게송 <의자는 내주지 말라>입니다. 아잔차 스님은 ‘현대 영적 스승들의 스승’이라 불립니다. 잭 콘필드와 아잔 브람 같은 이들이 그의 가르침 아래에서 삶을 바꾸고, 다시 다른 이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스님의 글은 짧지만 한 편의 시처럼 마음에 닿습니다. 스님은 감정과 생각을 ‘방문객’에 비유합니다. 기쁨과 설렘, 두려움과 걱정, 시시각각 바뀌는 기분들 모두가 잠시 찾아왔다가 머무는 손님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손님들은 우리의 자리를 탐냅니다. 화려한 그림을 보여주고, 귀를 끄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의자에 앉아 있던 우리를 밀어내려 합니다.
그래서 스님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의자는 그것 하나뿐이다. 내주지 말라.”
그런데 우리는 이 말을 자주 잊고 살아갑니다. 밤늦게 휴대폰을 들여다보다 회사 단체방 메시지를 보고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단순한 보고 요청일 뿐인데 그 말 뒤의 의미를 짐작하다 보면 불안이 커지기도 합니다. “요즘 왜 그렇게 피곤해 보여?”라는 친구의 짧은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흔들립니다. 별다른 의도가 아닌데도 어느새 불필요한 상상과 감정에 자리를 내어줍니다.
그림책 《소피의 물고기》의 주인공 제이크도 그렇습니다. 친구 소피가 잠시 물고기를 맡아 달라고 부탁하자, 제이크는 흔쾌히 수락합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걱정이 밀려듭니다. 무엇을 먹여야 할지, 외로워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사소한 것까지 마음이 불안으로 채워집니다. 결국 물고기가 오는 날, 제이크는 문 뒤에 숨어버립니다.
그러나 소피가 환하게 웃으며 “정말 고마워”라고 말하는 순간, 그동안의 걱정은 눈 녹듯 사라집니다. 두려워할 일은 애초에 없었던 것입니다.
스님은 이렇게 수도 없이 찾아오는 방문객을 억지로 쫓아내려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반갑게 맞이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가만히 바라보라고 합니다. 그들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그들의 실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두려움은 막연한 추측이었고, 분노는 스스로 만든 반응이었음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마음챙김 명상에서도 감정을 ‘잠시 일어났다 사라지는 사건’으로 봅니다. 하늘에 구름이 생겼다가 흩어지듯, 감정도 머물다 사라질 뿐입니다. 그 흐름을 지켜볼 때, 우리는 하나뿐인 의자를 지킬 수 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때 필요한 태도는 단순합니다. 감정을 밀어내지 않은 채 잠시 숨을 고르고, “아, 지금 화가 찾아왔구나” 하고 바라보는 것입니다. 마치 손님이 문을 두드리듯, 감정을 알아차리고 인사를 건네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마음에 찾아온 방문객이 있다면 잠시 멈춰 말을 걸어보세요.
“어서 와. 하지만 이 자리는 내 자리야.”
이 작은 연습이 쌓이면, 어느 순간 마음은 한결 가벼워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의 의자는, 온전히 당신의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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