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큰기린 Apr 03. 2020

LG 스마트폰이 챙겨야 할 것

LG전자 스마트폰을 위한 사후지원 가이드라인

서론


LG전자 로고&사명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지 어느덧 10년이 넘게 지났습니다. Windows Mobile시절의 레일라, 인사이트 및 2010년 안드로-1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꾸준히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업에 진출한 이후 LG전자는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영향을 끼쳤습니다. 3.5 단자가 사라지는 시대에도 Quad DAC를 앞세워 3.5 단자를 유지하는 행보를 보이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3.5 단자가 살아있다'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는 부정적인 말도 있습니다.

Android

그러나 LG전자가 2010년부터 쭉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사후지원입니다. 2016년부터 19분기째 이어진 적자의 원인은 어쩌면 사후지원을 제대로 하지 못해 벌어진 이미지와, 제품 자체에 대한 불신이 겹쳐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문제시되는 두 사항은 모두 사후지원으로 이어집니다. G4/V10의 무한부팅, G5의 총체적 난국부터 시작해 V20, G6부터는 SW에서 문제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LG전자 스마트폰의 신뢰도는 바닥을 기다 못해 뚫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LG전자 휴대폰을 2011년부터 사용해왔고, 현재 V50S ThinQ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1년 출시된 옵티머스 Q와 2019년 출시된 V50S ThinQ를 번갈아 보며 "LG전자에서 노력한 건 많구나"와 "아직도 이 부분에서는 부족하네"가 확실히 정립되는 듯했습니다. 잘한 점은 V50S ThinQ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개선했다는 것과, 부족한 점은 사후지원, UX 설계철학의 부재가 되겠네요. UX 설계철학은 나중에 얘기를 하겠지만, 지금은 사후지원 파트를 먼저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들어가기 전에!

※ 본문에 다수의 XX위키 문서가 사용되었으나, 팩트체킹용이 아닌 단순 참고용으로만 사용하였습니다.

※ LG전자에 대한 비난이 아닌, LG전자를 사용하는 유저로서 애증이 담긴 비판글입니다. 참고하셔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겼을까?


Galaxy Note II까지 쓰인 Galaxy 로고

LG전자는 스마트폰 진입 초기, 사후지원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2010년 갤럭시 A를 시작으로 '갤럭시'를 시작한 삼성과는 매우 반대되는 행보로, 당시 LG전자 사내에서 '피쳐폰에 집중하자'라고 스마트폰에 제대로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LG전자의 예상외로 스마트폰이 대박을 터트리자, LG전자에서는 부랴부랴 스마트폰 사업에 투자를 시작합니다. 2010년,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꾸준히 투자하고, 그동안 문제시되었던 사후지원도 어느 정도 개선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후지원은 더욱 강화되어 2012년에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를 찍습니다. LG전자는 3G가 아닌 LTE 스마트폰에서 점유율을 올렸습니다. 옵티머스 LTE를 시작으로 옵티머스 LTE TAG, 옵티머스 뷰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었으며, 2012년 출시된 옵티머스 LTE II는 LG전자가 다시 부활했다는 신호탄이 되기도 했습니다. '나 부활했어!'에 걸맞게 사후지원도 어마어마했는데, LG 옵티머스 LTE의 경우 4.0 ICS 펌웨어의 최적화가 어마어마했으며, ICS가 올라간 스마트폰 목록에는 싱글코어 스마트폰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LG전자의 사후지원은 이때가 절정이었고, 사후지원 기준으로 유일하게 삼성을 앞서 나갔던 시기였습니다. 동시대 삼성은 OS 업데이트가 느려 안 좋은 의미의 삼적화라는 별명이 있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짜잔! 절대라는 것은 없군요.


사후지원의 문제작, 옵티머스 LTE II (사진 @ ITWorld)

이게 계속되면 세계 스마트폰 1위 기업은 삼성전자가 아닌 LG전자가 갖고 있겠지요. 1위는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이미지는 괜찮았을 겁니다. 그런데 LG전자는 이 기회를 말아먹습니다. 바로 옵티머스 LTE II의 사후지원을 포기한 것입니다. 옵티머스 LTE II의 경우 4.1 젤리빈 업그레이드 이후 그래픽 라이브러리 문제로 '프레임 드랍'이라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LG전자는 '차후에 수정하겠다'를 'HW 결함으로 수정이 불가능하다'라고 못을 박아 버렸습니다. 그런데, 유저가 Vu 2의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손쉽게 패치가 가능했고, '통합 라이브러리'가 적용이 안 되던 문제였을 뿐이었습니다. 그 조그마한 사후지원을 포기한 이유가 "메모리 200MB 부족"이라는 어이없는 사유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분명히 수정이 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아버렸다.
심지어 OS 업그레이드도 포기해버렸다. (뉴스기사 : 이투데이, 일부 갈무리하여 발췌함.)

옵티머스 LTE2의 4.4 킷캣 업그레이드를 불가하다고 포기해 버렸습니다. 옵티머스 LTE II는 보도자료에 "4.4 키라임 파이 업그레이드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2GB 램을 탑재"했다고 광고했으나 허위 광고였던 것입니다. 반면 동일 플랫폼이었던 옵티머스 LTE III는 킷캣 OS로 업그레이드가 진행되었기에, 유저들은 당연히 뿔이 났습니다. 일부 격한 사용자는 '앞으로는 LG전자 스마트폰을 사지 않겠다'라는 불매운동 선언을 할 정도였습니다.


여기서 더 나가면 안 되는데?


플래그쉽 스마트폰 OS 업그레이드 포기 선언. (기사 출처 : 아시아경제, 일부 갈무리하여 발췌함)

LG전자는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일까요. G Pro 2, G Flex 라인(1, 2), Vu 3에 대한 OS 업그레이드 제공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플래그쉽 라인인 G4/V10의 안드로이드 7.0 포기라는 굉장한 발표를 내놓습니다. G4, V10 안드로이드 7.0 포기의 경우 사태라는 단어가 나올 만큼 굉장한 실책이었으며, 이후 G6의 발표회 때 G4/V10의 사후지원을 언급하며 기자들로부터 날 선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신뢰도의 추락은 제품의 문제로 직결되며, 제품의 문제는 곧 판매량의 추락으로 이어집니다. LG전자는 사후지원을 등한시함으로써 신뢰도를 추락시켰습니다.


G5의  실패도 마찬가지입니다. G5는 LG전자가 유일하게 '실패했다'라고 표현한 플래그쉽입니다. LG전자 MC사업부에서는 실패 원인으로 '시장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와 '수율'을 꼽았습니다. 과연 그랬을까요? 제품 자체를 얼마든지 개선할 여지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하지 않고 그대로 현상유지를 시킨 탓은 아닐까요? 아래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G5는 제품 그  자체만으로도 실패가 점쳐진 LG전자 역대급 실패작입니다. 하드웨어적 결함은 V20/G6부터는 매우 완화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G5의 실패는 LG전자 스마트폰의 이미지 하락에 큰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그렇다고 LG전자가 책임감 있게 행동했을까요?


문제점 찾기


LG전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품에 대한 책임감입니다. 하나의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이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신뢰도가 떨어진 이유는 사후지원을 포기함으로써 자사 스마트폰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LG전자의 사후지원도 그렇고, 기능을 뺄 때도 "사용 빈도가 떨어지는 기능"이라는 의문의 사용자 탓을 합니다. 남 탓이 아닌, 사내에서 반성의 기미가 보여야 어떻게 문제를 헤쳐나갈지 답이 보이고, '앞으로는 이리 해야겠다'라는 답도 생기는 것입니다. 이 책임감이 결여되면 제품에 대한 사후지원도 나 몰라라 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비판받던 UX도 '개선됐다'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입니다.


LG전자의 책임감 결여는 2013년부터 이어집니다. 2013년 옵티머스 LTE II 킷캣 포기 때도 그렇고, 현재도 '남 탓'을 합니다. 킷캣 포기 사유도 "200MB 부족"이라는 스마트폰 탓을 했으며, "전반적인 사항을 고려해서" G Pro 2, G Flex 1/2,  Vu 3에 대한 OS 업그레이드를 포기했습니다. 그래 놓고 "왜 안 팔렸을까?"에 대한 질문을 "아 우리가 이래서 안 팔렸어"가 아닌, "아 그거 우리 탓이 아니라~"라는 식으로 답합니다. V50S ThinQ에서 망원 카메라를 뺀 이유도 "고객의 사용 빈도가 떨어져서"라고  답변합니다. 이러니 책임감은 결여되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 G5의 실패를 '외부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LG전자는 G5의 실패 요인으로 제품의 문제가 아닌, '시장이 우리 제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로 꼽았습니다. G5는 LG전자에서 내놓은 제품 중 최악의 마감을 자랑하는 휴대전화라는 사실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제품에 대한 책임이 있으면 제품에 대한 SWOT 분석을 철저하게 함으로써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이 확실히 가능합니다. SWOT 분석을 제대로 했으면 '외부 원인'이 실패 원인 중 한 가지가 되고, 정작 제일 큰 원인은 따로 존재했을 겁니다. 그러나, 원인을 '외부'로 돌림으로서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있으면 뭐해, '퀵 헬프'


유저가 이해해야 하는 시인성 문제?

사후지원은 SW뿐만 아니라 'B2C 영역을 어떻게 관리하냐'도 포함합니다. B2C 영역의 플랫폼으로 '퀵 헬프'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퀵 헬프라는 커뮤니티에는 질문에 대한 운영자의 답변이 없는 수준입니다. 건의사항이 올라와도, 버그 리포트가 올라와도, 'LG Manager'는 보이지 않습니다. 삼성의 '삼성 멤버스'와는 반대되는 행보입니다. 삼성 멤버스는 각 분야별로 담당자가 나뉘어 있어 소식을 빠르게 전달하거나, 문의사항에 대한 답변이 원활하게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LG전자의 '퀵 헬프'는 그렇지 않습니다.


갈무리한 사진에서 이상한 점이 보이시나요? 앞서 말씀드린 "설계 철학"과 관련된 스크린샷입니다. UX 9.0에서 가로 모드 알림의 시인성이 0에 가까운 수준인데 "의도한 동작"이라며 "설계 철학"이 나오고 "터치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가 나옵니다. 기본적인 사후지원 케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본문을 마무리하며...


전반적으로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책임감"이라는 키워드가 LG전자를 지금까지 이렇게 만든 것입니다. 자사 스마트폰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마음 없이는 원인-결과 분석을 통해 제품 개선을 기대할 수 없고, 제품 개선이 없으면 신뢰도도 상승할 수 없을뿐더러, 19분기  연속 적자는 190분기가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LG전자가 책임감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Guide #1. 반성하기


LG G5, 겉보기엔 그럴싸해 보이지만?
알려진 문제도 많고, 디테일한 부분의 문제도 많다...

LG전자는 최초로 자사의 플래그쉽 'G5'를 실패했다고 했습니다. LG전자로서는 최초로 '실패'라는 반성문을 쓴 셈입니다. LG전자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했겠지만, 그래도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G5의 완성도', 즉 제품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사과문"이 아닌 "4과문"을 작성한 겁니다. 단순히 '시장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는 말로 실패를 논했습니다. 과연 그랬을까요.


LG G5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은 시장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품의 완성도'입니다. 실제로 G5는 초기에 잘 팔렸지만, 유격 문제와 크랙 문제, LCD 잔상 문제, 모듈 흔들림 문제, 내구성 문제 등 각종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X지'라는 단어를 만들어냈습니다. 특히나 시간이 지나면서 돔에 먼지가 쌓여 부팅이 진행되지 않는 문제와 카메라의 초점 불량 문제까지. 제품 자체의 컨셉은 좋았으나 "완성도"가 처참했습니다. 이 부분은 쏙 빼고 '시장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제품이라고만 했습니다. 제품 자체의 지속성도 문제였습니다만, 기기 자체를 보면 처참했습니다. 그런데 LG전자에서는 '시장 탓'을 합니다. 과연 이것이 소비자가 바라는 LG의 반성문이었을까요.


진정한 반성은 제품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제품에 대한 반성 없이는 앞으로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LG전자는 보기 좋게 G5에서 밀고 나갔던 'Friends'를 포기하고, 제품에 대한 반성을 수율과 시장 탓으로 돌렸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반성문인 '수율이 떨어져 문제가 발생했고, 소비자에게 부족한 제품을 선보였다. 매우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특히나 수율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고, 원인을 파악한 다음 수정한  부품을 공급하면 될 일이지요.

삼성은 갤럭시 노트7 폭발 사태에 어떻게 대처했는가

LG전자는 반성문을 제대로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의 폭발 사태가 일어났을 때 리콜 조치를 실시했고, 폰이 부서졌건 말건 모두 회수하고 환불하고 제품을 빠르게 단종시켰습니다. 뒤이어 폭발 원인 분석과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기자회견으로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리콜을 왜 빨리 하지 않았는지 등의 잡음이 있었지만, 이전의 삼성 행보를 생각했을 때 '삼성이 이걸 이렇게'라는 반응이 대다수였고, 오히려 제품 리콜 및 단종 후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지 않았습니다. 반성은 이렇게 해야 합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원인을 파악했으니 이렇게 할 것이다'는 마음가짐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Guide #2. 의견 받아들이기

"설계 철학"은 이럴 때 쓰는 단어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One UI를 발표 및 기기에 적용시킨 후, 계속해서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왔습니다. One UI는 전반적으로 앱별 레이아웃이 제각각이고, 곡률이 맞지 않는 등 '부실공사' 타이틀을 얻었는데, One UI 1.5 및 2.0에서는 전반적으로 많이 개선된 모습을 보입니다. 꾸준히 유저 피드백과 일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하나의 UX가 완성되기까지는 개발과 피드백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터치위즈 UX'를 시작으로 고유의 UX를 발전시켜왔고, 그 결과 UX면에서는 안드로이드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LG전자도 UX에 대한 고찰을 한 끝에, LG UX 9.0을 V50S ThinQ를 통해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했던 것과는 반대로, 소비자의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UX 9.0에서 문제시되는 사항에 대한 답변이 없고, 유일하게 '가로모드 시 알림 구현 문제'에 답변이 달렸는데 '설계 철학'이라면서 소비자에게 이해하라는 태도입니다. 고치려는 시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LG UX를 완벽하게 만들 생각은 없고, 본인들의 설계 철학이니 '소비자가 이해해야' 합니다.


삼성전자의 예처럼,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것은 본인의 부족함을 인정함과 동시에,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삼성은 Samsung Experience 이후 One UI를 통해 더욱 진보된 UI를 선보였고, 그 One UI도 소비자의 피드백에 따라 디테일을 수정해나가며 One UI 2.0은 소비자에게 찬사를 받는 중입니다. 그러나 LG전자는 '가로모드 시 알림 구현 문제'에 대한 답변 하나로 가루가 되도록 비판받는 중입니다.


비판에 대한 수용은 본인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부족함을 고쳐 나가는 과정입니다. 부족함을 고쳐 나갈수록 완성도가 높아지며, 완성도가 높아지면 제품의 수준도 같이 올라갑니다. 제품의 수준이 올라가면 결국에는 수익성으로 이어집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잘 팔리는 이유도 꾸준히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들여 개선에 개선을 이어갔기 때문입니다(물론 무분별한 비난을 가려내야겠지요). LG전자도 고객의 소리를 수용해 부족한 부분을 메꿔나가길 바랍니다.


Guide #3. 뱉은 말은 지키기

분명 3분기 예정인데 4분기로 미뤄졌다. 근데 공지는 4분기에...?

옵티머스  LTE II를 쓰던 시절, '키라임 파이를 위한 2GB 램'이라는 프레이즈에 걸맞지 않게 4.4 불가 통보를 받고 뒤통수를 세게 맞으면서도 옵티머스 GK로 바꿨던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LG전자는 사후지원이 괜찮았던 시절이었고, GK도 5.0 롤리팝 OS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내장메모리 표기 오류가 있어 문의하자, '조속한 시일 내에 패치될 예정이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거 없었습니다.


G6/V20의 9.0 업데이트가 2019년 3분기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9년 3분기가 지나도 나오지 않다가 10월 2일 'G6/V20 9.0 배포 시기 조정'이라는 공지사항을 올려놓습니다. LG Q9의 OS 업그레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9.0 업그레이드는 2020년 1월 2일이 되어서야 진행되었고, 이는 2019년 4분기에 업그레이드 예정이라는 약속을 아무런 공지사항도 없이 어긴 셈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OS 업그레이드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게 되면 일정을 미리 조정합니다. LG전자처럼 일정이 지나서가 아닌, 적어도 2~3주 전에 공지합니다. 늦어진 기종(들)의 사용자는 커뮤니티에 한탄하지만, 미리 알려줬으므로 타격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런데, LG전자는 일부러 늦게 올리는 건지, 예상을 못했던 건지 미리 알려주지 않습니다. 시기가 지나고 나서 '배포 일정 조정'이라는 공지사항을 올려놓고 고객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회사 생활이나 군 생활에서 '죄송할 일을 만들지 말라'는 말을 자주 들으셨을 겁니다. LG전자는 고객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계속 전해오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죄송합니다'는 제품에 대한 불안감을 들게 합니다. 실제로 OS 업그레이드 소식을 때, 안도감보다는 한숨이 앞섭니다. 분기별로 OS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이 일정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일입니다. LG전자는 지금껏 많이 그래 왔으니까요.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 했습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LG전자는 말로 천 냥 빚을 지는 일을 많이 했고, 지키지 못할 약속도 많이 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뱉은 말은 잘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말을 뱉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침묵만으로 일관한다면 그것 또한 좋지 못한 생각입니다.


결론


휴대폰 자체로만 보면 완성도가 참 높은데, 고객의 말을 제대로 듣는 건지, 아니면 "우린 최선을 다했어!"하고 안도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스마트폰을 처음 시작한 그때와 현재의 LG전자 마인드는 그대로라는 겁니다.


LG전자는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유일하게 실패했다고 평한 'G5' 말고도 한 세대 뒤처진 AP를 사용한 G6(ThinQ)', '한지  디스플레이' 논란을 가져온 'V30 (ThinQ)', '구라 패널'로 유명해진 'G7 ThinQ' 등 시작부터 삐걱거렸지만  그래도 잘 팔린 스마트폰이 있는 반면,  옵티머스 G, 옵티머스 G Pro, G2, G3 같이 성공한 제품들도 있고, 옵티머스 LTE II, G Pro 2, G Flex, Vu 3 등 비운의 제품들도 있습니다. 삐걱거렸던 제품들은 후기 제품에서 단점이 조금이나마 개선되었고, 성공한 제품들은 꾸준한 사후지원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잘 팔렸습니다. 그러나 비운의 제품들은 사후지원도 제대로 못 받고 묻혔습니다. G Pro 2 롤리팝 OS의 재부팅 문제를 10개월 만에 완화시킨 것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LG전자는 G 시리즈 출범 이후 노선을 바꿨습니다. G4 이후로 라인업을 정비하여 G/V 시리즈로 이원화하였고, 보급형인 Q, K, X시리즈로 가성비 시장을 같이 노리는 중입니다. 특히 Q9는 가성비가 출중한 제품으로 중고 거래도 활발한 것으로 보아 판매량이 꽤 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역시나 사후지원이 문제입니다. 보급형의 OS 및 사후지원은 거의 포기한 상태고, G/V 시리즈도 타사 대비 사후지원 빈도가 매우 떨어집니다. LG전자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는 분기별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고, 신제품이 출시되면 곧바로 사후지원에서 차순위로  떨어지는 것도 여전합니다. 또한 주기적인 패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플래그쉽도 제품별 편차가 심합니다.


LG전자는 여기서 만족하며 멈추면 안 됩니다. V50S ThinQ는 타사 대비 뛰어난 점도, 떨어지는 점도 없는 '평범함' 그 자체입니다. 앞서 말한 Back to the Basic에 가장 잘 맞는 스마트폰입니다. 오히려 LG전자가 정작 만들었어야 했던 스마트폰이 바로 이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여기에 만족하면 'Others'로 계속해서 분류될 것입니다. 노력은 했다지만 여전히 적자폭은 여전하고, 19분기 연속 적자는 계속해서 적자를 누릴 것입니다. 


LG전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센터가 생긴 지 어느덧 3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이 부서가 생기고 나서 사후지원이 개선되리라 생각했는데, 마음 한편에 있던 불안감이 현실이 되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아직 개선할 여지가 있습니다.


2019년 1분기에 예상된 OS/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1월 내로 해치우려는 의지는 퀵 헬프 공지로 잘 보았습니다. 아직도 통신사별로 파편화되는 것은 아쉽지만, 1월 내로 모든 대상 기종에 대한 SW 업그레이드 계획이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보여 다행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앞으로 개선되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왜 LG VELVET을 기대하지 않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