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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큰기린 May 04. 2020

나는 왜 LG VELVET을 기대하지 않는가

10년 골수 LG유저가 말하는 VELVET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굉장히 오래됐다. 이전의 글 "LG전자를 위한 사후지원 가이드라인"에서도 밝혔듯, 2010년 안드로-1을 필두로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삼성에서는 갤럭시 A와 S를 시작으로 S 시리즈와, S2부터 시작된 노트 시리즈로 자사의 라인업을 잡았다. 반면 LG는 같은 시기에 이리저리 방황했고, 옵티머스 LTE를 필두로 LTE 시장에서 선두를 잡나 했더니 G4 이후로 나락을 걷고, 2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말이 20분기지 5년동안 계속 적자였단 소리).

LG VELVET (출처 : LG전자)

그래서일까. LG전자가 새 스마트폰 "VELVET"을 소개했을 때 "매스 프리미엄"을 보고, 페이퍼 스펙을 보고, 가격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LG전자가 새 스마트폰을 내면 기대를 하는 곳은 특정 커뮤니티에 한정되고, 나머지 커뮤니티는 무관심이거나 대차게 까기 바쁘다. 필자는 중립기어를 넣고 어떻게든 좋게 보이는 구석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디자인만 예쁜 중급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왜 나는 벨벳을 기대하지 않고,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LG전자는 "매스 프리미엄"을 표방하면서 VELVET 시리즈를 내놨다. 새롭게 내놓은 전략은 이전의 피쳐폰에서 냈던 "고유의 펫네임"을 통한 전략인데, 이 전략은 2009년 이전 피쳐폰 시대에 통할 법한 전략이다. 애플은 'iPhone', 삼성은 'Galaxy S / Galaxy Note'로 자사 브랜드를 고착화시키는 전략이고, 시장에서 "Galaxy S 주세요" 또는 "iPhone 주세요"가 통한다. 그런데 LG는 브랜드 네임을 굳히기는커녕, 2012년부터 시작된 'G' 브랜드를 폐기한다고 한다. 그러고선 '초콜릿폰'의 향수를 다시 가져와 "매스 프리미엄"을 표방한 펫네임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하니, 기가 차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펫네임은 지금 시대에 통할 리가 없다. 펫네임을 지어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12년 전의 시장으로 돌아가야 통하는 것이다. 중구난방으로 스마트폰의 이름이 지어진다면, LG전자는 자사 브랜드보다 "어떤 폰"의 이름이 제일 먼저 각인될 것이다. 지금처럼 브랜드 네임이 중요한 때, 펫네임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은 LG전자 MC사업부의 수장들이 굉장한 실수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퀄컴 스냅드래곤 765 5G (출처 : GSMArena)


LG 벨벳은 스냅드래곤 765 5G 원칩을 사용하고, 8GB RAM과 128GB 메모리를 탑재한다. 스냅드래곤 765는 얼마 전 구글 차기 픽셀에 쓰일 것으로 예상되는 바 있고, 스냅드래곤 865의 가격이 매우 비싸지면서 저렴한 가격을 위해 플래그쉽 AP를 포기하고 중급기 AP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해당 기기가 "매스 프리미엄"이라는 것이고, 또한 언론사에 "벨벳은 매스 프리미엄이지만, LG전자의 플래그쉽" 이라고 밝힌 전례가 있어 이를 "플래그쉽"이라고 정의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플래그쉽"이라는 단어 대신 "매스 프리미엄"이 들어간 단어들이 많지만, 해당 기기가 정말로 "프리미엄"에 걸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든다. 스냅드래곤 765의 성능은 스냅드래곤 845와 835 사이로, 따지면 2017년 하반기 플래그쉽에 탑재될 만한 AP다. 이런 AP로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 사실상 풀옵션 아반떼다.


LG전자가 시장에 "가격은 매스, 성능은 프리미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썼을 때도 뭔가 불안한 구석이 있었는데, 성능이 발표되고 나서 그 불안함은 증폭되었고, 가격이 발표되고 나서 폭발했다. 사실 89만 9,800원은 현재 5G 시장에서 그렇게 비싼 가격이 아니다. 갤럭시 S20 5G는 124만 8,500원 수준으로 전작 대비 20만 원 가까이 올랐다. 그래서 삼성전자의 플래그쉽 대비 LG전자 벨벳이 가격 면에서는 우세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벨벳의 가격에서 20만 원을 빼면 성능이 많이 좋은 갤럭시 A90 5G가 버티고 있고, 10만 원을 더하면 삼성의 전세대 플래그쉽 갤럭시 S10 5G가 있다. LG전자가 말하는 "가격은 매스"는 이 쯤에서 의미를 잃는다. 24개월 약정을 하는 한국 스마트폰 구입 패턴상, 10만 원을 24개월로 나누면 월 4,167원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월 4천 원 가량만 더 내면 (전세대긴 하지만) 삼성전자의 플래그쉽을 살 수 있는데, 벨벳의 판매량은 벌써부터 적신호가 밝게 커졌다. 오히려 "가격은 프리미엄, 성능은 매스"가 더 어울린다고 느껴지는 정도다.


V50S ThinQ (출처 : LG전자)


LG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다음 스마트폰으로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의 갤럭시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UX는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업데이트 또한 굉장히 느리며, LG전자는 고객과의 소통을 하는 '척'을 한다. 120만 원짜리 플래그쉽을 샀더니 120만원의 값어치는커녕 오히려 다른 회사의 중급기보다 평가절하되는 스마트폰이 바로 LG전자의 스마트폰이다. LG가 야심차게 내놓을 예정인 스마트폰이 벌써부터 애플의 보급형(?) 아이폰SE와 삼성의 중보급형 갤럭시 A51/A71에 밀린다. 하루이틀이면 몰라도 5년 내내 이런 상황이 반복되어 왔고, 벨벳이 아무리 잘 나왔어도 전반적인 포지셔닝이 단단히 잘못되었다. 내가 벨벳을 기대하지 않는 이유, 시장에서 잘 팔릴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 이유, 바로 LG전자의 총체적인 오류가 빚어낸 오류의 결정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다음 기사를 참조했습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752587

https://www.news1.kr/articles/?3911487

https://www.ajunews.com/view/20200428132246456

https://www.news1.kr/articles/?3920904

https://www.gsmarena.com/qualcomm_snapdragon_765_succeeds_the_730_with_first_integrated_5g_modem-news-40415.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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