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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슬토 Aug 08. 2023

나도 분위기 있는 사람이고 싶어

근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세상에는 예쁜 여자들이 너무 많다.

연예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요즘엔 평범한 여자들도 왜 이리들 예쁜지.

외모지상주의의 사회라 모두들 미모를 가꾸는 데 여념이 없는 가운데 미용에 관심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다.

나도 뭐, 아주 강박적이진 않을지라도 출근할 때 입술 정도는 칠하고 다니니까(이런 면에선 마스크 쓸 때가 좋았지)

미용의 주류(?)로부터 아주 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근데 젊은 시절이야 모르겠으나 나이가 점점 먹어가면서, 예쁘게 꾸민 얼굴이라도 아무래도 세월의 물살을 거스르긴 쉽지 않은 법이다.

화장을 하더라도 왠지 거칠한 피부와 칙칙한 안색을 보며 ”영양제라도 먹어야 하나…“ 싶은 요즘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피부과 미용 시술을 답으로 삼은 사람도 있고, 여러 화장품을 시도해 보는 사람들도 있을 테다.


나의 경우는 나 자신의 안 예쁨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안 예쁨 = 못생김 이 아니다. 예쁨 = 안 못생김 이 아니듯이, 세상엔 다양한 얼굴과 미의 스펙트럼이 있는 셈인데

나는 극도로 평범하게 생겼다. 고개 돌리면 얼굴 까먹을 만한 존재감(?)에, 예쁘다는 말도 못생겼다는 말도 그다지 들은 적이 없으니…

내가 평범한 삶에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줄 만한 얼굴을 가졌다면 애초에 유명해지고도 남았겠지만

지금까지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외모가 밥 먹여주는 인생은 아닌 게 판명 난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늘 “난 안 예뻐, 난 이제 늙었어”를 입에 달고 산다는 건 아니고,

어느 정도 외적인 미의 기준을 적당한 선으로 내려놓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그냥 적당히 깔끔하게, 얼굴에 굳이 힘주지 않고 내추럴한 모습으로(자연인이란 뜻이 아니다) 회사원으로써 회사-집을 왕복하기로 결심한 셈이다.


다만, 예뻐지진 않더라도 욕심나는 것은 있었으니.

바로 분위기…라는 것이다.


물론 분위기에서 외모가 미치는 역할은 매우 크겠지만,

내추럴한 선에서도 풍길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것도 없진 않을 것이다.

(반팔반바지에 크록스 신고 동네를 나서는 사람에게서도 분위기는 느껴질 수 있다! 그게 좋건 나쁘건 간에)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분위기 끝판왕이 있다.

영화 <뷰티인사이드>의 홍이수 역으로 나온 한효주 씨가 바로 내가 생각하는 분위기의 끝판왕인데,

<뷰티인사이드>는 2015년에 나온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홍이수는 근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가 되는 그런 캐릭터이다.

물론 한효주 매우 예쁘지… 예쁜 얼굴은 기본이요, 청순한 긴 머리.

코트와 목도리 같은 영화 속 패션도 찰떡같이 잘 소화했다.

하지만 그 캐릭터가 특히 몇 년이 지나도록 회자되는 건 그 영화 속 겨울, 그리고 그 배경 속 홍이수의 분위기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화사하고 밝은 봄날 같은 느낌,

발랄하고 상큼한 느낌,

차분하고 우아한 느낌.

분위기가 자아내는 사람의 매력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연예인이나 주변인으로부터 느끼는 매력은 따라 할 수 없는 그 사람만의 것이라 감히 따라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아이템을 따라 사고 헤어스타일을 따라 한들, 손민수가 홍설이 될 수는 없는 것처럼.


게다가 갖고 싶은 아이디얼한 모습은 늘 때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어떨 땐 당당하고 냉철한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갖고 싶다가도 또 어느 날은 파티의 주인공 같은 인사이더이고 싶을 때도 있다.



어느 게 진짜 나의 모습인지 가끔은 헷갈리기도 한다.

요즘 나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시원시원한 성격의 청량한 분위기의 소유자이고 싶다.

하지만 어쩌나, 집 밖으로 나와서 후끈한 공기를 들이켜자마자 욱해버리는 이 성깔은 시원시원함과는 거리가 너무 멀잖아.

진짜 나의 모습이란 꼬여버린 마음을 살짝 들켜버리고 소심해지고는, 대담하고 유쾌한 성격을 갖고 싶어서 부러워하고 있는,

반팔 반바지에 크록스를 신고 편의점에 맥주 사러 다녀오는 30대 여성일지도.


근데 이런 나라도 나 자신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니 그래, 차라리 소심한 걸 인정해 버리는 게 진짜 쿨한 거일 수도 있다! 하하.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매력으로 승화시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아직 나 자신의 대담하고, 치졸하고, 온화하고, 성질 급한 면모는 나 스스로도 그 한계를 잘 모른다.

극한 상황에도 처해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가면서 또 많이 변화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를 알아가고, 나만의 분위기를 가꿔 나가는 일이야말로 인생에 있어서 자아가 성숙해지고 단단해지는 과정이 아닐까.

몇십 년이 지난 후에 나는 어떤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 될까?

뭔지는 몰라도, 정말 멋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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