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서 처음 손님 태운 날
캐나다 입국한지 딱 2개월 되었을 때, 주 20시간 근무할 수 있는 스터딧 퍼밋으로 우버 드라이빙을 시작했습니다. GTA(광역 토론토) 리치몬드 힐에 소재한 쉐라톤 호텔에서 첫 손님을 픽업 했습니다. 우버 드라이버 전용 어플이 따로 있는데, 정신 없더라구요. "요청"이란 것이 뿅 하고 날라 오고, 엉겹결에 수락했더니, 손님의 위치가 떴습니다. 손님을 태우니 남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27km, 예상 시간 40분. 토론토 다운타운을 가는 것 같은데, 다운타운을 가 본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겁나 당황했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라는 마음 속 문구를 외치며 그렇게 404 하이웨이를 올라 타고, 쭉 내려갔습니다. 쭉 내려가야 하는데, 긴장하니 Don Valley Parkway로 진입 못 하고 401로 빠져 버렸습니다. 사실 길 이름도 지금에야 이렇게 글에 쓰지, 그 땐 다 처음 보는 길 이름이었죠. 그 손님은 저 덕분에 엄청 돌아가게 된 겁니다. 백미러로 손님을 힐끗 쳐다보고 말을 겁니다.
나:"너, 그거 아냐. 난 오늘 우버 드라이빙을 처음 해 본다. 너에겐 그냥 오늘이 반복되는 일상이겠지만, 넌 내 첫 손님이다. 내가 혹시 실수 하더라도 양해를 바람!"
손님: "정녕, 내가 처음이냐? 영광이다. 지금까지 너무 편안했고, 계속 이렇게 편안하게 운전 해 주면 고맙겠다."
나: (길 잘못 탔다고 고백할까?)그래..
젊은 여성이었는데, 말꼬가 터졌는지 그 때부터 미친듯이 말을 겁니다. 영어 강제 리스닝 + 스피킹 + 전방 주시 + 뇌내 경로 검색의 향연이 펼쳐 집니다. 그러면서 다운타운에 들어서기 시작하는데, 뭔 놈의 공사가 그리 많고, 좌/우회전 금지가 많은지.. 자연스레 긴장을 하게 되는데 뒤의 손님은 이제 말문이 폭발합니다. 내 호구 조사를 미친 듯이 합니다. 어느새 저도 제 최근 10년의 역마살에 대해서 보고 하고 있습니다.
돌아가는 덕분에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린 여정을 끝마쳤습니다. 첫 손님을 내려주자 마자 다른 핑이 들어옵니다. 몰랐는데, 다운 타운의 토요일 오후/저녁은 황금 타임대였습니다.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10건 내외의 드라이빙을 휴식 없이 끝마치니 이미 날은 어두워졌고, 4시간이 흘렀습니다. 더 이상 하면 정말 몸이 이상해질 것 같아서, 겨우 우버 어플을 껐습니다. 그리고 시내 부둣가에 있는T&T 마켓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려 서는데, 다리가 휘청하고 감각이 없었습니다. 너무 긴장해서 다리에 힘을 꽉 주고 운전한거죠. 운전을 수동으로 배우고, 수동 미션 차량을 좋아해서 계속 수동으로 몰았는데, 만약 캐나다에서도 차를 수동으로 샀으면 큰 일 날 뻔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양쪽 다리 모두 햄스트링이 올라 온 것 처럼 근육이 뭉쳐 버렸습니다. 운전하면서 그토록 긴장했던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돈을 받고 누군가를 태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긴장되는 일이었습니다.
캐나다에 오기 직전의 직업은, 목수였습니다. 목수라고는 말하기도 부끄러운 것이, 어찌보면 겨우 목수 시다나 하다 왔으니깐요. 그래도 월급 받으면서 일 했으니 목수라고 하겠습니다. 땅 값이 저렴한 전라남도 시골에 땅을 사서 직접 제 집을 짓는 것이 목표였던 적이 있어서, 무작정 목수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저, 대학 다닐 때 노가다 좀 해 봤습니다, 써 주세요.' 이러고 다니면서 구한 일이었습니다. 막상 목수 일을 해 보면, 일일 잡부 수준인 노가다와는 결이 다릅니다. 분명 "기술"의 영역입니다. 다만 그 기술을 잘 알려 주려고는 하지 않죠. 전 다행히 목수 사장님이 좋은 분이라서 일을 재미있게 배웠습니다. 왜 집을 짓지 않고 여기로 왔냐는 다른 영역이라, 이건 다음에 기회 되면 쓰겠습니다. 우버 드라이버로써 마지막 날과 첫 날을 글로 장식했으니 이제는 중간중간 인상 깊었던 손님들과 사건에 대해서 또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