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민 없습니다. 존재하지 않는다구요.
2020년은 코로나 세상이었습니다. 이민을 희망하던 이들에게도 똑같이 벌어난 일입니다. 이민 희망자들로 먹고 살던 업계는 고사 직전이라고 합니다. 출입국 조차 쉬이 안 되었는데 무슨 이민이 되겠습니까?
그럼에도 코로나는 언젠가 사라겠지요. 밤이 있기에 아침이 오는 것처럼,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질 세상은 조만간 올 겁니다. 그 세상이 오면 분명, 이민 오시겠다는 분들이 생기겠지요? 그런 분들을 위해 제가 겪은 것들에 대해서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합니다. 캐나다 오기 전, 저도 온라인상으로 알게 된 분들에게 꽤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분들이 알려주신 것들이 모두가 맞지는 않았지만, 저에게는 분명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선 저는, 2018년 캐나다 토론토로 입국했습니다. 2020년 현재, 캐나다 광역 밴쿠버에 살고 있습니다. 캐나다살이 해 본지가 28개월 정도 됐네요. 아직 영주권 못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거주하고 있냐구요? 저는 2년제 컬리지를 나왔습니다. 2년제 컬리지를 마치고 나니 3년 거주할 권리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3년 더 거주가 가능 합니다. 이 3년의 기간 동안 캐나다에서 경력을 쌓은 후 이를 바탕으로 영주권 신청을 할 계획입니다. 이 3년 역시 무조건 주는 것은 아닙니다. 2년 미만 학제의 경우 공부한 기간만큼만 워크 퍼밋이 나옵니다. 단, 2년제를 본인의 선택으로 최대한 빠르게 방학 없이 졸업할 경우, 2년으로 간주하여 3년짜리 워크 퍼밋을 줍니다. (실제 학업 소요 기간: 16개월) 제가 그런 케이스입니다. 코로나 덕분에 졸업 후 처음 6개월은 구직 못 하고 손가락 빨았습니다. 이제 경력 4개월 정도 쌓아가고 있습니다. 소위 말 하는 "유학 후 이민"이라는 방법으로 이민 시도 중에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시면 수 많은 "유학 후 이민"이라는 홍보성 문구, 달콤한 환상 속 문구를 발견하실 수 있으실겁니다. 혹시 이런 홍보에 혹해서 이 유학 후 이민을 결심하셨다면, 제 글이 제대로 읽히지 않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미 환상에 취해, 눈꺼풀이 뒤집힌 것이겠지요.
정확히 말하자면, "유학 후 이민"이라는 방법은, 적어도 캐나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언할 수 있습니다. 유학 후 바로 영주권이 나오는 곳이 있다면, 저 좀 알려주세요. 저도 꼭 지원하고 싶습니다. 저는 못 찾았습니다. 여러분도 못 찾을 겁니다. 그러니 결국, 유학 후 "경력"을 쌓아서 이민 신청을 해야 합니다. 경력을 쌓는다는 말은 "취업"을 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제가 다니던 컬리지는 1년에 3학기를 돌렸습니다. 1학기-4개월 전공은 비즈니스 관련, 그 중에서도 물류 특화 전공이었습니다. 제가 입학한 9월, 105명 정도가 동기로 입학했습니다. 코로나 영향도 있었지만, 그 중에서 전공 살려 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20명을 넘지 못 할 겁니다. 105명 중 다수는 외국인입니다만 이중에는 영어를 네이티브로 하는 로컬 캐네디언들도 섞여 있습니다. 졸업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취업률이 꽤 낮지요?
취업한 이들의 직장 또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입니다. 동기들 대부분이 아시안입니다. 한국인이 유난히 많았구요. 중국인 많습니다. 100명 중 30명은 한국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제대로 취업한 한국인은 5명도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취업한 한국분들 대부분 한국계 기업으로 많이 갑니다. 조그마한 물류 회사 가는 분도 있고, 토론토 인근에 있는 한국계 물류 전문 기업에 많이들 가지요. 임금은 온타리오주 최저 시급 혹은 1,2불 더 받는 수준입니다. 기업 근무 문화는 한국과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더 나쁠겁니다. 이도 아니면 역시 중국계 물류 기업에 갑니다. 아무래도 그런 곳은 아시아인, 외국인을 선호합니다. 그 돈 받고 그 기업 문화 맞춰가며 일하겠다는 로컬은 별로 없으니깐요.
자, 정리합니다. 100명 중 10명. 그마저도 한국 혹은 중국계 물류 기업. 장미빛 상상과 일치하나요?
저 장미빛 상상은 상상이고 그럼, 상상이 깨진 이후, 즉 취업 못 했을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취업은 못 했지만 당신 손엔 3년짜리 워킹 비자가 손에 있습니다. 이 비자를 가지고 이제 닥치는대로 덤벼듭니다. 스시집에 가서 스시를 말 수도 있고, 인구가 희소한 주로 이동을 해서 거기서 구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역시 높은 확률로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일자리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스시집, 식당, 모텔, 편의점 같은 곳일겁니다. 이렇게 이동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낫습니다. 빨리 한계를 깨닫고 영주권 획득에 유리한 주로 옮긴거니깐요. 대부분은 그냥 3년 알차게 거주"만"하고 한국 돌아갑니다. 주변 보면 많이들 돌아가시더라구요. 뭐, 한국 가서 다시 사실 생각이면 이 방법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전공이냐, 유학을 어느 주에서 했느냐에 따라서 다시 위의 경우의 수도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유학만 한다고 해서 절대 자동으로 이민이 되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위 글을 써 봤습니다. 당장 저부터, 영주권 받기 위해 쩔쩔 매고 있습니다. 이제 경력을 쌓기 시작했지만 영주권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주변에서 못 받고 돌아가신 경우를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무덤덤해질 뻔도 한데, 안타깝더라구요. 그래서 오늘 글을 시작으로 글 몇 개 올려볼까 합니다. 이 글은 그 시작 편으로 생각해주세요.